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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실용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나라

by 비엔나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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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 살았던 22구에 있던 Donau Zentrum 역 근처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높다랗게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비엔나에 도착하던 해에 기초공사를 했었는데, 3년이 다 돼서도 완공되지 못한 채 본 건물은 다 올라가고 외장 마감을 하고 있었다.


아마 주중에도 근무시간에만 일하고, 휴식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며 주말에는 공사를 안 하는 등 제대로 노동조건들은 다 지켜가며 건물을 짓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건물을 지어서 그런지 그 옛날 건축 기법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을 시기에 지어진 비엔나 시내 건축물들도 어지간하면 나이가 백 년에서 이백 년을 넘어간다.


그런 건물 공사장을 지날 때의 이야기다. Fußgänger는 발 + 가는 사람으로 보행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보행자 통행 간판을 보면 흥미롭다.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 우영우'도 아닌데, 아래 위로 뒤집어도 Fußgänger다. 다만 방향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니면 그 반대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간판을 만들어 두면, 굳이 오른쪽 왼쪽 표시가 따로 있는 간판 두 개를 만들 필요 없이 하나로 양 방향 모두 안내할 수 있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게르만 민족은 실용적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한다. 그 실용적인 면모가 길 안내 간판 하나에서도 보이니, 진짜 실용적이기는 한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오후 한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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