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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는 OOO이 없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한 때 예능 프로그램 중에 '옥탑방 문제아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매주 꼬박꼬박 챙겨본 적이 있다. 김용만, 송은이, 민경훈, 김숙, 정형돈이 고정이고, 매주 게스트를 모셔서 퀴즈를 맞추는 프로그램이다.


'탁성'의 여성 피디가 문제를 내면,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 여러가지를 추론하면서 정답을 찾아간다. 너무 난해한 문제는 개인기를 하면 힌트를 주기도 한다. 문제 자체가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서 즐겨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문제가 나왔다. '오스트리아에는 OOO이 없다', 여기서 OOO은 무엇일까요?. 비엔나에 살고 있던 터라 유독 그 문제에 관심이 갔다. "글쎄.. 비엔나에도 없는 것이 너무 많은데, 저걸 어떤 추론을 하면서 어떻게 맞추지?"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나도 점점 문제아들 중 하나가 되어 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답을 올리면 미처 글을 읽고, 무언인지 생각해 보기 전에 답일 보여줄 것 같아서 잠시 옆 길로 새서 비엔나라는 도시에 대한 단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비엔나의 첫 느낌은 매번 언론에서 보던 대로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에 늘 1위에 랭크되는 도시라는 타이틀 대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 것이었다. 그냥 모든 것이 평온했다.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그냥 천천히 모든 일상의 시계들이 돌아가는 도시. 여느 도시들이 보여주는 낮의 번잡함과 밤의 화려함이 덜한 수수한 한복 차림의 시골 여인 같은 느낌?


잠깐 지나치는 여행객에게는 살기 좋은 도시 1위라는 의미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잠깐 다녀가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친절한 도시는 아니다. 그러나 조금 긴 시간 지내게 되면 치안, 교통, 복지, 생활, 여러 면에서 '아. 살기 좋구나'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 비엔나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 물으면 난 주저 없이 '마스크 free한 일상'이라고 한다. 물론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전 얘기다. 서울에서 늘 봄, 겨울마다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나 고민하던 기억이 있는데, 비엔나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그냥 숨쉬면 폐부로 들어오는 공기가 너무 신선하다.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없는 도시. 그것이 비엔나가 나에게 준 '살기 좋은 도시'의 첫 장면이다.


그리고 난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거기에 초록 빛깔의 나무들이 자아내는 그 색감의 조합을 너무 좋아한다. 아마 서울로 돌아가면 그 하늘과 땅의 색감을 가장 그리워 할지 모른다.


그렇게 비엔나는 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비엔나에 대한 얘기는 앞으로 차차 더 들려드리도록 하고, 처음의 그 문제로 돌아가보자.

혹시 눈치를 채신 분도 있겠지만, 정답은 캥거루다.


워낙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모티프로 기념품까지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아직 엄마와 동생도 가끔은 내가 오스트레일리아에 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오스트레일리아가 오스트리아보다는 훨씬 더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오스트리아가 나름의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오스트리아가 의문의 1패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그래왔지만, 지금부터라도 오스트리아의 홍보대사(?)가 돼서 캥거루가 없는 나라임을 널리 알려야 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그만큼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사랑하게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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