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을 오르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일까.
중학교 때쯤인가 배운 매슬로우의 인간의 5가지 욕망에는 분명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바벨탑을 쌓으려 했다는 그 옛날 사람들도 그렇고,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려는 등반가들. 그들 속에는 높은 곳을 오르겠다는 유전인자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런 유전인자 얘기는 아니더라도 유럽, 아니 그 어느 도시를 여행 가더라도 꼭 해야 할 머스트 두(must-do) 여행 아이템 중에는 높은 곳에 올라 전경 감상하기가 있는 걸 보면 내비게이션에 버드 아이 뷰(Bird-eye view) 우리들 마음속에는 그런 욕구들이 있나 보다.
캐나다에서는 시어스 타워, 미국 뉴욕에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서울에서는 그 옛날 63빌딩, 남산타워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타워를 올라가서 상술의 유혹에 못 이겨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집 장식장에 여러 장이 있을 정도다.
비엔나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남산타워 격인 도나우 타워를 굳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시내 가까이에 비엔나 중심 타운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하러 갔다 처음 알게 된 곳.
시내 슈베덴플라츠역(1호선, 4호선)에 있는 소피텔 호텔 18층, Das Loft가 그곳이다.
슈베덴플라츠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면 소피텔 호텔 제일 꼭대기 층에 알록달록한 천장이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데, 바로 거기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예약 없이 워크인(walk-in)으로 갈 수 있었지만, 평상시에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Das Loft로 검색해서 홈페이지에 가면 예약할 수 있다.
Das Loft는 레스토랑과 바로 구분되어 있다. 창가 자리는 레스토랑인데, 여기에 자리를 잡으려면 식사를 주문해야 한다. 반대로 가운데는 바인데, 여기는 맥주나 음료만 시켜도 괜찮다.
해 지기 전 이른 시간에 간다면 통유리창 너머로 비엔나 시내, 유럽의 전형적인 빨간 지붕으로 된 옛날 건물들을 즐길 수 있다.
그 속에서 어디가 어떤 건물인지 맞춰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이른 시간에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풍경 사진을 찍기가 편하다.
저 멀리 비엔나 시청 건물도 볼 수 있다. 19구의 칼렌베르크 언덕이나 공공 수영장, 쇤부른 궁전의 글로리에테에서도 비엔나 전경을 볼 수는 있으나 너무 멀기도 하고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신 세세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런데 Das Loft에서 보는 전경은 마치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어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질 때가 되면 이문세의 노랫말 처럼 붉게 물든 노을을 볼 수 있다. 유리창이 가운데 있기에 반사 때문에 예술사진 같은 노을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에 담기에, 잠시의 여행 시간을 할애해서 보기에 절대 부족함이 없는 전경이다.
낮에 비엔나 시내 투어에 지쳤다면, 시원한 맥주 한잔 또는 빨간 아페롤 한잔 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