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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ul 31. 2022

유럽#10: 팁(tip)에 대한 작은 생각

미국과 유럽의 팁 문화 차이에 대한 생각

고등학교 때인가 영어를 공부하다가 팁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에 따르면 Tip은 To Insure Promptitude의 준말이다. 그 외에도 Tip은 to insure prompt service(신속한 서비스), to insure promptness(신속한 처리), to insure proper service(적절한 서비스), to improve performance(성과를 향상하기 위해)의 줄임말로도 쓰인다. 결국 공통적으로는 빠르고 적절한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 옛날에는 팁이 보통의 서비스와는 다른 무언가 신속한 서비스를 별도로 받을 때 지급하는 일종의 급행료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그냥 보통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일반적인 대가를 지급하면 될 일이다.


오래전에 미국에 갔을 때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나 햄버거 가게처럼 직접 카운터에서 주문한 후에 바로 결제하는 가게를 제외하고 일반 식당을 가면 으레 계산서에 적힌 금액의 15~20퍼센트, 그 이상을 당연히 팁으로 줘야 했고, 만약에 팁을 주지 않거나 주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할라치면 종업원이 식당 밖으로 쫓아 나오기까지 한다고 들었다. 모처럼 지인들과 미국스러운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 팁만 해도 한 명분의 식사값이 나올 정도로 팁은 가끔은 부담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해가 된다. 종업원들이 식당 주인으로부터 별도로 월급을 받지 않거나 받아도 아주 조금 받기 때문에 팁으로 자신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팁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팁 문화는 참으로 미국스럽다. 팁을 매개로 종업원들 간의 경쟁, 서비스의 수준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테이블별로 종업원이 할당되어 다른 테이블 종업원을 부르면 뭘 추가로 주문할 수도, 계산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유럽은 미국과 고용과 임금 시스템이 다르다고 들었다. 오스트리아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인권이 충분히 존중받는 국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가게 주인으로부터 월급을 받으면 된다. 그 얘기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굳이 팁이 없어도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는다. 그야말로 팁은 덤이다.(그래서 미국에서의 기억에 비하면 오스트리아는 전체적으로 친절하지는 않다.) 오스트리아에 오래 거주한 지인에게 들은 얘기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팁 문화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시내 관광지가 아니라 로컬 식당에 가면 팁을 안 줘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런 상황에서 팁을 조금이라도 주면 너무 고마워하며 인사를 한다.

그러나 시내에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식당들은 그렇지 않다. 대 놓고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계산 단말기에 팁을 넣는 화면을 켜 놓고 얼마 줄 건지를 직접 치도록 요구한다. 물론 팁을 0으로 쳐도 되지만 너무 눈치가 보인다.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미국을 포함해 팁 문화가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스포일 시켜 놓은 것 같다.


팁의 원래 의미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처음에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무언가 신속한 서비스를 받아서 시간을 아끼든 아니면 기분이 좋든 할 때 자발적으로 내가 더 얹어주는 돈이다. 누군가의 강요와 눈치 때문에 줘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특별하게 친절히 서빙을 했다든가, 내가 물이든 뭐든 몇 번이나 더 뭔가를 해 달라고 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주는 것이지 않을까.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주방에서 내가 앉은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것은 기본 서비스이고, 그 기본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음식값이지 않을까 한다. 내가 주방까지 가서 가져오거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특별하게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팁을 주지 않거나 끝자리를 5 또는 0으로 맞추기 위한 올림 정도의 팁만 준다. 프랑스에서 지내던 후배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프랑스에서 자기는 팁을 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오스트리아에서 팁은 얼마나 주면 된다는 얘기냐 반문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나름대로 팁의 기준은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만 받았다면 끝 단위를 5나 0으로 맞추는 수준으로 줬다. 예를 들어 53유로가 나왔으면 55유로 정도로 얹어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친절하게 서빙했다는 느낌이 들면 5% 정도 줬다. 너무 친절하고 감동받을 정도로 서빙을 하면 10% 정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비엔나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한식당을 지인분 하고 같이 갔을 때 내가 10% 정도 팁을 줬더니 너무 과하다며 나를 말린 적이 있다. 이미 결제가 끝나서 돌이키지는 못했지만, 그분 얘기로는 인당 1유로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팁은 정말 개인적인 이슈이다. 자기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에 따라,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월급이 없거나 적은 종업원이 정당한 월급을 받기 위한 미국 사회의 팁과 팁이 아니어도 노동의 대가를 다 받는 유럽에서의 팁은 분명 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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