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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May 28. 2024

프랑스: 천공의 섬, 몽생미셸

밤 야경 투어를 마친 후 파리-에트르타 절벽(3시간), 에트르타 절벽-옹플뢰르(1시간), 옹플뢰르-몽셍미셸(2시간). 꼬박 6시간 운전으로 지친 몸을 누일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나 이틀째 일정을 시작한다.

가이드 투어로 오면 새벽 4시 또는 5시에 일어나 파리에서 몽생미셸을 찍고 또 밤을 달려 파리로 새벽에 돌아오는 강행군 일정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나,

혼자 가는 나만의 일정도 만만치 않다.


지인이 나에게 ‘여행을 여유 있게 하고, 못 보면 다음에 또 오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여유 있게 하라는데,

혼자 있으면 스스로를 채근하듯 다니게 되고 ‘다음은 없다’는 생각으로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기억에 남기려고 애를 쓴다.

그것이 나다.


다음 날 차를 몰아 주차장 구역에 차를 세운 후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저 멀리서 몽생미셸이 보인다. 밤의 몽셀미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밤이나 낮이나 위용을 뽐내는 ‘천공의 섬’ 몽생미셸이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니 천공이라 할 수는 없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는 천공이라 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셔틀을 기다리다 유러피안 스타일로 브리오슈에 커피 한잔 하기로 맘먹고 가게에 앉았다.

브리오슈 도레(Brioche Doree). 빨간색 야외 지붕이 브랜드 색깔처럼 빨간색으로 눈에 띈다.

브리오슈 하나와 카푸치노 한잔 주문해서 야외에 앉는다. 파란 하늘과 빨간 지붕이 대비되며 노르망디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시 서울로 귀국해서 브리오슈 도레가 한국에 진출한 것을 보고는 연상작용으로 아주 반가웠으나, 아쉽게도 유러피안 전용 모델이었는지 우리나라에선 사업을 철수한 것 같다.


아침을 먹다 보니 셔틀이 지나간다. 당시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전기차다. 환경을 생각하는 유럽의 행동 아닐까.

저 전기차를 타고 몽생미셸까지는 못 간다. 마을에서 수도원으로 이어진 긴 다리 가운데쯤에서 내려서 걸어야 한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엔 걷는 게 오히려 즐겁다.


걷는 동안 저 멀리 하늘, 구름을 배경으로 몽생미셸이 낮의 자태를 뽐낸다. 멀리서 보면 뾰족하게 생긴 수도원이구나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위용에 위압감까지 들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

아주 예전에 그 길이 없을 때는 썰물 때만 드나들고 밀물 때는 길이 잠겨 드나들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길이 있어 항상 드나들 수 있다.


그런데 ‘더 패키지’라는 tvN 드라마에서 주인공 정용화와 이연희는 썰물 때 갯벌을 지나 멀리 있는 섬에 갔다가 밀물 때 돌아 나오지 못해 그 섬에서 밤을 새우는 장면이 있다. 밤을 앉아서 샐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흙바닥에 누워 자고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패키지 일행과 합류한다.

몽생미셸을 도는 데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의 등에 흙과 풀이 묻은 것을 보면서 둘이 함께 밤을 지낸 걸 알고 키득키득하는데, 정작 그 둘은 모르는 상황.


연상 작용으로 그런 장면들도 다리와 뻘을 보면서 떠올린다.


몽생미셸 수도원이 드디어 제대로 된 자태를 드러낸다. 그럴수록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는 빨라지고 잦아진다. 좀 더 멋지고 좀 더 눈에 보이는 느낌을 담고 싶은 마음에. 그러나 아이폰 X의 한계인지 나의 셔터만 누르는 사진 실력의 문제인지 그대로 성에 차게 담기진 않는다.


수도원이면서 수도원 마을이다.

입구부터 아래에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로부터 우러름과 존경을 받는 존재이듯이 수도원 건물이 위치해 있다. 저 꼭대기에 미카엘 대천사인 듯한 동상이 첨탑처럼 장식돼 있는 것도 보인다. 분명 칼을 들고 발로 밝고 있는 사탄을 내려치려는 역동적인 장면일 거다.


눈에 보이는 느낌을 담으려 아이폰 카메라에 효과도 줘봤다. 그러나 실패.


이제 대천사 미카엘이 좀 더 자태를 드러낸다. 잘 보면 육안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바다 한가운데 저 정도의 수도원을 지으려면 얼마의 시간과 얼마의 피와 땀이 필요했을까.

유럽 성당을 보면서 늘 느끼는 묘한 감정이다.

대단하고 웅장하고 위대하다. 그 하나를 위해 60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조금 있으면 완성이 된다고 한다.

그런 한편 그것들을 짓기 위해 투입된 백성들의 피와 땀. 심지어 생명. 그 숭고한 희생이 없다면 수도원이 성당이 있었을까 싶다.

묘한 감정의 교차다.


몽생미셸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뷰.

휘돌아 나가게 설계된 다리도 프랑스인의 예술 감각이 돋보인다.


휘날리는 프랑스 국기


몽생미셸 초입에 있는 베이커리. 라 메르 풀라르(La Mere Poulard)

호텔이기도 하면서 가게도 운영한다. 쿠키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란다.

쿠키를 사려는 사람들 보다는 수플레 오믈렛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사진만 찍고 얼른 패스.


원래는 여행자들이 쉴 호텔을 운영하면서 부드러운 수플레 오믈렛을 팔았는데 그것이 입소문 나서 프랑스 전역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쿠키만 사서 가는 것은 안 비밀.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쿠키를 비슷한 가격에 판다는 건 안 비밀.


이 날 파리로 돌아가는 여정에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본 모네의 ‘수련’을 직관하기 위해 지베르니(지베흐니?)와 고흐가 묻혀있는 오베르 쉬아즈 마을을 가기 위해 아쉬운 마음을 접고 돌아선다.

셔틀 타러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그리고 마음에 담기 위한 샷.

그렇게 몽생미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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