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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May 31. 2024

고흐가 잠든 마을, 오베르 쉬아즈

몽셍미셸에서 열심히 차를 달려 모네의 지베르니를 거쳐 1박 2일의 마지막 여정.

오베르 쉬아즈.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30킬로 떨어진 마을로 고흐가 1890년 7월 29일 47세로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약 70일 동안 살았던 마을이다.

침대와 작은 의자가 있는 작은 다락방에서 기거하면서 매일 그림을 그리러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70여 일 동안 70점이 넘는 작품들을 남긴다.

대표적인 것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오베르의 교회’ 등이다.


고흐가 동생 테오와 함께 잠들었지만 영원히 살아있는 마을에 다다랐다.

마을은 아주 아담하다.

바로 차를 달려 고흐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에 간다.

빈센트와 테오도어 반 고흐


형은 고흐라 하고 동생은 테오라 하는 게 이상하다. 정확하게는 빈센트와 테오라 해야 하지 않나 할 것이나. 사람들이 그렇게 쓰면 그게 정답이지.

ICI REPOSE. 여기 편히 잠들다.

공동묘지와 비석. 그리고 고흐 형제를 찾는 나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잠들었지만 잠든 게 아니라 여행객들의 마음속에, 고흐가 남긴 그림 속에 영원히 사는 것 같다.,


오베르 쉬아즈 마을은 관람 포인트가 있다.

마을 곳곳을 거닐다 보면 고흐가 죽기 직전에 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그렸던 그림들이 있다.

그 그림들이 각각 배경이 됐던 곳에 전시되어 있어 고흐가 어떤 곳에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그렸는지를 함께 호흡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고흐 무덤에서 가까운 곳이 들판.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밀밭. 그 밀밭 사이를 걷다 보면 그림이 하나 붙어 있는 안내판을 만난다.

제목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


암스테르담 고흐 박물관에 갔을 때 마지막으로 본 작품이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에서 연상되는 노란 밀밭. 그 노란 밑밭 사이로 난 휘어진 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연상시키는 푸른 하늘. 그리고 그 한편을 날아가는 까마귀 떼.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흐린 하늘이 주는 을씨년스러움.

고흐가 자기 생을 마감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감이 그대로 그림에 그려내지 않았을까?


그림에 있는 밀밭 사이 길도 그대로 보전한 것인지 그림과 배경이 정말 똑같다.


그런 다음 길을 따라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유럽 여느 도시처럼 마을 한가운데 교회가 있다. 에글리즈 노트르담 성당이다.


고흐는 교회를 배경으로도 ‘오베르의 교회’라는 작품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교회를 둘러 산 배경은 짙은 어두운 코발트색. ’까마귀가 나는 밀밭‘ 그림의 하늘처럼 어둡고, 침울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준다.

교회는 반듯하지 않고 뭔가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져 고흐의 마음이 일그러진 교회 자체에 투영되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교회로 웬 여인이 올라가고 있다.


원래는 교회 앞에 그림 패널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는데, 내가 갔을 땐 잠시 수리를 한 건지 교회만 덩그러니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 출처: 구글 이미지


아침 빵을 먹고 오는 길에 맥도널드 버거를 하나 먹고는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질 못해서 긴 시간 운전한 나를 위해 우아한(?) 식당을 갔다.

스테이크.

어느 식당을 가야 할지 몰라 구글 평점을 기준으로 갔다. 구글 평점 4.6인 식당. 막상 들어가 보니 호텔 식당인 듯한데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먹을 자격이 있다 싶어 스테이크로 주문했다.


가게 이름은 Le Relais des Peintres

구글 평점은 해외에선 아주 정확해서 경험적으로 4.2 이상이면 어디를 가도 실패하지 않는다.

https://maps.app.goo.gl/xcdVnNufSsHUJ65t6?g_st=ic


다음 행선지는 오베르주 라부(Auberge Ravoux) 여관.

고흐가 살았던 집 중에서 유일하게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집이고, 죽기 전 70일 동안 머물던 여관이기도 하다. 이 여관에서 생을 마감한 곳이다.


지금은 오베르쉬아즈 시청으로 쓰인다는 호텔이다. Hotel de Ville.

거의 그 옛날 그림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에 신기할 따름이다.

마찬가지로 고흐가 명을 달리 하기 전 불안감과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는지 그림 속의 피사체가 많이 일그러져 있다.


이렇게 1박 2일의 긴 여정.

파리-에트르타 절벽-옹플뢰르-몽생미셸(밤)-몽생미셸(낮)-지베르니-오베르쉬아즈-파리.

긴 여정이었던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 여행이었다.

물리적인 시간은 짧지만 혼자였기에 보고 느끼며 체감하는 시간은 패키지 열흘 이상과 맞먹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패키지 가이드 투어로 가기보다는 1박 2일 여정으로 차로 다녀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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