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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ug 08. 2022

유럽#8: 플릭스(Flix) 버스 활용팁

화장실 걱정 없이 편하게 유럽 도시들을 누비자

유럽 내에서 고색창연한 도시들을 여기저기 다니려면 이동하는 교통수단은 크게 네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당연히 비행기, 특히 저가항공이 가장 일반적이고 많이들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그 외에 유레일 패스와 같은 기차와 버스. 그리고 마지막이 배일 것 같다. 오늘은 그중에서 플릭스 버스(flix bus)를 애용했던 경험과 이를 100% 활용하기 위한 팁을 남겨보려 한다.


비엔나에서 처음에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 비엔나에서 제일 가까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를 갈 때도 당연히 OEBB 기차를 타고 갔다. 그러다가 하루는 부다페스트와 브라티슬라바에서 오는 지인이 버스를 타고 비엔나로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편한 기차를 안 타고 왜 버스를 타지?' 하고는 Erdberg 국제 버스정류장에 마중을 간 적이 있다. 그 후로 버스를 나름 조사해 봤더니 결론은 기차보다 버스가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후로는 버스를 많이 탔다.

플릭스 버스를 타고 간 곳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슬로베니아 루블랴나, 폴란드 크라쿠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4시간 거리인데 결국 가지는 못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 비엔나 기준으로 차로 5~6시간 거리 내에 있는 곳이다. 아마 체코 프라하도 플릭스 버스를 미리 알았으면 버스로 가지 않았을까 한다.

플릭스 버스는 독일에 본사가 있는 회사이고, 미국의 그레이 하운드 버스와 같이 도시를 이동한다. 전 유럽에 버스 노선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기차로 갈 수 있는 도시뿐만 아니라 기차로 못 가는 도시도 플릭스 버스는 간다.


좌석이 편하고 화장실이 있는 버스

플릭스 버스는 좌석이 기차에 비해 편하다. 우리나라 우등고속만큼은 아니지만 일반과 우등 고속의 중간쯤 되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프랑스 TGV나 스페인 Renfe 같은 기차는 우리나라 KTX처럼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KTX는 TGV를 수입한 것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 OEBB를 타 본 사람들은 기억할지 모르는데, OEBB 2등칸의 좌석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 당연히 잠을 잘 때는 당연히 불편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잠을 청하면서 쉬고 싶을 때는 버스 좌석이 더 편하다.

그리고 고속버스를 탈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화장실이다. 얼마 전 지방에서 서울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온 적이 있는데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급하게 타느라 화장실을 못 들린 채 버스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한 시간여 남았는데 신호가 왔다. 고민 고민 끝에 기사님께 휴게소를 잠시 들러달라고 부탁해서 볼 일을 보고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고속버스를 탈 때는 늘 그 부분이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플릭스 버스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나름 고상 버스라 뒷문 쪽에 화장실이 있다. 물이나 음료를 많이 마셔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운전기사와 같은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2시간마다 버스를 멈추고 쉬는 것이 법으로 강제되고 있다고 들었다. 매 2시간마다 정기적으로 버스에서 내려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리프레쉬하면 오히려 기차보다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외에 와이파이, 충전 콘센트 등은 기본으로 제공된다.



기차보다 '많이' 저렴한 플릭스 버스

화장실도 있고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러 쉬는 장점이 있지만, 배낭여행을 하거나 여행비용에 여유가 많지 않은 여행객들에게는 기차보다 많이 저렴한 장점이 크지 않을까 한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OEBB 기차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비엔나-브라티슬라바

비엔나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브라티슬라바는 예전의 나처럼 몇 개 나라 다녀왔다는 숫자도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유럽의 나라 하나 더 찍고 왔다고 할 때 비엔나에서 가기 좋은 나라이자 그 나라의 수도이다. 그 브라티슬라바를 OEBB로 가면 10유로에서 13유로 정도 한다. 반면 플릭스 버스로 가면 5~6유로 정도니 거의 절반 가격이다. 거기에 다가 브라티슬라바 가는 OEBB 기차는 조금 낡았고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이 안 돼서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경우가 많아 쾌적함까지 더하면 플릭스 버스 가격이 절반 이하라고 생각된다.


비엔나-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로 가는 OEBB 기차는 대략 시간대에 따라 슈파샤이네 기준 25에서 정상요금 40유로까지 한다. Sparschiene는 딱 그 시간에 예약한 그 기차만 탈 수 있고, 다른 것을 타면 부정승차가 된다. 그러나 일반 기차 티켓은 당일이면 어떤 기차를 타도 상관없는 오픈티켓이다. 반면 플릭스 버스는 10~20유로 정도다. 여기도 대략 기차의 절반 가격이다.


비엔나-뮌헨

이번엔 멀리 독일 뮌헨까지 가보자. 뮌헨까지 기차 요금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약 50~60유로였는데, 지금은 더 비싸진 것 같다. 100~140유로 정도다. 아무래도 여름철 여행 성수기 가격이 반영된 것 같다. 참고로 유럽 기차는 직행이 한두 번 갈아타는 것보다 저렴하다. 반면, 플릭스 버스는 30~40유로 정도니 역시 절반 이하다.


야간 이동이 가능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버스

여행 일정이 빠듯해서 시간 절약이 관건인 여행객들에게는 버스가 아주 좋다. 왜냐하면 플릭스 버스는 밤에 출발해서 밤새 달려 목적지에 새벽이나 아침에 도착하는 노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엔나 기준으로 부다페스트 3시간, 프라하 4시간, 자그레브 5시간인데, 이 정도 되면 밤에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가면 하루를 벌 수도 있다. 피곤함은 각자 선택의 몫이다. 2박 3일 정도로 짧은 일정에 유럽 한 도시를 훑어보겠다 하면 플릭스 버스가 좋은 대안이 된다. 나의 경우에도 폴란드 크라쿠프에 갈 때 밤 1시 20분에 버스를 타고 6시간 반을 달려 아침 8시부터 여행을 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낮에 숙소에 일찍 체크인해서 낮잠을 자서 피로를 어느 정도 풀었다.


플릭스 버스를 고려한다면 예약은 지금 바로

플릭스 버스도 다른 기차나 비행기 처럼 유연한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점점 비싸진다. 그러니 마음 먹으면 일단 서둘러 예약부터 하는 것이 좋다. 그 가격이 내가 예약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그리고 취소는 가능한데, 환불해 주는 것이 아니라 크레딧으로 준다. 그러면 다음에 플릭스 버스를 탈 때 그 크레딧을 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유럽을 여행한다면 플릭스 버스도 여행 계획을 짤 때 고려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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