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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간 텐트 밖은 유럽 7: 돌로미티 산타 막달레나

by 비엔나 보물찾기

돌로미티 이틀째 마지막 일정.


사실 이틀째 일정은 이 사진 하나 남기고, 이 장면을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그 감흥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눈에 선하다.


이름하여 산타 막달레나.

지금 다시 그날의 여운으로 빠져들어 본다.


얼마 전 방영된 TvN의 '텐트 밖은 유럽'팀이 다녀온 돌로미티 일정 중에는 좋은 곳이 많이 소개된 것 같다. 알페 디 시우시, 세체다(여기는 3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야 제 맛일 텐데, 아쉽게도 곤돌라 근처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돌아오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다), 트레치메 등.


그런데 정작 이 팀이 가지는 못한 듯 하지만 방송에는 잠깐 소개된 장면이 있어 굳이 캡처를 해서 소개한다. 내가 손수 찍은 사진들이 결코 방송용에 뒤지지 않음을 증명이라고 하고 싶다는 마음인 듯이.


돌로미티 바위산들은 동틀 녘이나 해거름에는 약해진 빛을 받아 황금색이라고 해야 할까 붉은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색으로 물든다.


이런 현상을 엔로사디라(Enrosadira)라고 부르는데, 돌로미티 지역의 원주민인 라딘족(Ladins) 언어이다. 이 현상은 해질 무렵 고산 정산에 지는 노을 현상으로 붉게 물드는 모습(알펜 글로우, Alpen glow)라고 한다)을 의미한다.


돌로미티 산맥은 일몰 때 독특한 분홍빛과 보라색 색조로 인해 종종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돌로마이트는 햇빛을 흡수하는 능력 때문에 돌로마이트에서 일출과 일몰은 특히 마법적이라 한다.


돌로미티 산맥의 대부분 봉우리가 새벽과 황혼에 붉은색을 띠다가 점차 보라색으로 변해 산이 회색(또는 창백)으로 변하고 밤의 어둠 속에서 사라진다.


물론 나중에 방송을 본 후 검색을 한 후 알게 된 사실이다.


방송보다는 내가 더 먼저 가서 사진을 남겼지만, 누가 찍더라도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남기게 된다.

돌로미티를 여행하는 한국인들, 특히 사진전문가들에게는 일종의 성지처럼 여겨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돌로미티 산타 막달레나로 나도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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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를 끌다가 화룡점정을 찍고 싶었으나 좋은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내가 찍은 산타 막달레나 사진을 먼저 전시해 본다.


방송 캡처 사진과 거의 다르지 않음에 초보 아이폰 사진사(?)로서 뿌듯한 마음을 느껴본다.

"그래 내가 직관한 장면이 최고의 장면이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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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막달레나로 가는 길은 차로 접근하기가 나름 쉽다. 다만 돌로미티 메인 지역과 떨어져 있고 빙 돌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린다.


구글 지도에서 Panorama di Santa Maddalena를 검색해서 찾아가면 된다.

https://maps.app.goo.gl/voNHf1r2pnE25c9R7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에 차를 파킹하고 걸어가면 된다. 걸어가다 보면 여러 목가적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Magdalenaweg 도로 안내판을 보니 제대로 목적지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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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아보면 말 농장도 있고, 그 뒤로 해가 비친 숲에서 전해지는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말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사람이 지나가도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냥 그 지역 자연의 일부이겠더니 생각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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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속 걸어 올라간다. 한 15-20분 정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니 편하게 마음먹고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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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보니 옆으로 초록색 람보르기니 한 대가 지나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의 목적지 산타 막달레나 뷰를 배경으로 광고를 찍고 있었다.

어떤 광고인지는 모르나 람보르기니 광고였다면, 그 럭셔리 카 광고 배경으로 등장한 풍경에 나는 서 있는 것이 된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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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어서 도달한 곳. 산타 막달레나 파노라마를 찍을 수 있는 뷰포인트.


도착하자마자 아직은 본격적으로 해 질 녘이 아니라 이 사진 저 사진 테스트 삼아 찍어본다.

선명하게, 영화처럼 등등 아이폰 X의 다양한 필터 기능을 이제야 테스트하듯이 활용해 봤다.


그러던 중 나름 인생샷 반열에 오를만한 사진을 몇 장 건졌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여기가 최고의 포토 스폿이라 그런지 사진 전문가들이 많이들 단체 여행을 온 듯하다.

삼각대에 딱 봐도 아주 전문가용 DSLR을 장착하고는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무리. 그 앞엔 그 전문가용 카메라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언어에는 주파수라는 게 있나 보다. 50대 중반의 그 남녀 혼성 단체여행객(나도 아저씨 반열이라 그분들을 아저씨 아줌마로 호칭하기는 좀 애매했다)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는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그들의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 이유. 사투리다. 경상북도 사투리를 쓰는 그 일단의 무리들은 단체여행으로 여기 돌로미티 산타 막달레나까지 와서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 경상북도 단체여행객들의 웃음소리가 나의 사진에 살짝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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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낙엽의 붉은 기운을 사진에 더해본다.

낙엽의 붉음. 가운데 마을의 교회. 저 멀리 바위 산군. 그 바위에서 시나브로 붉게 물드는 노을.

그 모든 것이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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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각도의 사진이지만, 그래서 다 비슷하지만 직접 셔터를 누른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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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포스트니 만치 얼굴이 안 나오는 범위 내에서 사진 속에 나를 담아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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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엔로사로다 현상이 짙어진다. 사진이 반복되면서 지겹다 느껴도 상관없다. 그 지겨움이 만들어 내는 장관을 곧 영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이라 해가 낮아서 그런지 방송처럼 바위산 전체가 붉게 물드는 광경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저 장면을 내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 난 행복하다.

그 시간을 나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누구에겐 가는 미안하고 감사해하는 마음도 동시에 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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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멋진 감동을 선사한 산타 막달레나 산군을 뒤로하고 다시 주차해 둔 마을로 내려왔다. 어둑어둑 해가 진 후이지만 아직도 바위 산의 위용은 그대로다.


아쉽고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 사진을 찍는다. 마치 이 순간을 영원히 박제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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