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라가주오이 산장에 곤돌라를 타고 올랐다가 내려와서는 점심으로 간단히 산장(?)에서 요기를 한 후 서쪽 돌로미티로 이동해야 했다.
서쪽 돌로미티로 가려면 꼬불꼬불하고 높다란 길을 지나야 한다.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설악산 한계령을 운전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동서를 넘나드는 길목에 파쏘 가르데나가 있다.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파쏘는 패스. 그냥 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고갯길이다.
그 길에 알프스 남쪽 사면의 장엄한 바위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다.
동쪽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서쪽 오르티세이로, 반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다 보면 자연스레 차에 방향등을 켜고는 도로 한편에 차를 세우게 된다.
그 바위산군들의 자태에 놀라면서 말이다.
같이 탄 사람 누구 하나도 차를 세우는데 반대할 수 없다.
그것이 돌로미티다. 마치 '나 돌로미티, 나 파쏘 가르데나야. 너 과연 그냥 지나칠 수 있어?" 하는 거만함(?) 한가득인 것처럼 보인다.
나도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걸어본다.
한 각도라도 놓칠세라 하나라도 카메라와 나의 눈에 담지 못할 세라.
요즘 한창 인공지능(AI) 관련 일도 하고 실제 여러 인공지능 모델들을 써 봤던 터라 파소 가르데나에 대해 물어봤다. 이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사무용에 특화된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괜찮다.
이미 다녀온 지 어언 4년이나 되기도 했고, 당시 딱히 미리 예습을 한 건 아니라 사진 말고는 특별히 기록할 만한 게 없던 터라 더 잘됐다.
코파일럿에게 "파소 가르데나에 대해 여행객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자세히 소개해주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추천해 줘"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답은
"여행객들은 파쏘 가르데나의 아름다운 풍경과 공기청정한 분위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주로 하이킹과 풍경 감상을 즐기며, 케이블카를 타고 세체다와 같은 주변 지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추천활동
하이킹: 파쏘 가르데나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어서, 적절한 레벨의 코스를 선택하여 산과 들판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풍경 감상: 주차장에서 바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작은 언덕 위에서 쉴 수 있는 의자와 포토스폿도 있습니다.
세체다 방문: 케이블카를 타고 세체다로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 타기: 파쏘 가르데나에서 세체다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맛집 방문: 주변 지역에서 다양한 맛집을 방문하여 지역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파쏘 가르데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장소입니다. 여행을 계획하실 때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
친절하게 마지막에 이모티콘 넣는 것까지 해 준다.
작년에 국내 모 드라마 제작사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소위 '꼬마 작가'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인공지능이 초벌 시나리오를 다 만들어 줄 정도라 한다.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눈앞에 온 듯하다.
다음번에는 사진과 대강의 스토리만 주고 인공지능에게 글쓰기를 한번 시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가을이라 역시 추수철의 벼처럼 노란 기운이 강하다. 초록의 싱그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정도를 지나 해가 슬슬 넘어가던 시간이라 그늘진 곳은 사진이 예쁘게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해를 받아 반사시키는 바위는 그 주름 하나하나가 다 보일 정도로 사진이 선명하다.
차를 세우고는 좀 더 바위 가까이 가 본다. 가까워질수록 멀리서 보던 바위들이 얼마나 크고 높고 험준한지를 느낄 수 있다.
그늘진 쪽은 서에서 동으로 가는 방향으로 왼쪽. 밝게 비치는 곳은 오른쪽이다.
굳이 말로 설명해 무엇하랴 싶다.
한계령처럼 아주 기다란 바위산군 아래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꼬불꼬불 나 있다.
한계령 지날 때의 공포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마시앞.
풍경 외에는 덧붙일 설명이 없다. 일부러 찾아갈 이유는 없지만 반드시 한 번은 가게 되는 곳이다.
잠시 내려 사진 몇 컷 남기는 여유는 돌로미티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부릴 수 있는 사치는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