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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플릭스(FLIX) 버스 정류장은 어디 있을까?

버스 타기 전 버스 정류장 위치 확인 필수

by 비엔나 보물찾기

비엔나에서 당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려고 할 때의 일이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집돌이 했다는 사실이 싫어질 것 같아서 부다페스트에 가기로 하고 플릭스 버스를 예약했다.


버스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지저분한 집을 청소하고, 밀리 빨래도 돌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버스 정류장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플릭스 버스 앱에서 출발 시간 30분 남았고, 버스 타는 위치를 알려주길래 시간만 확인하고 장소는 건성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지하철 3호선 Erdberg역에 있는 Vienna International Bus Terminal로 갔다. 그 버스터미널에서 부다페스트에서 여행 온 지인도 마중 나갔고, 폴란드 크라쿠프 가는 버스도 탄 적이 있기 때문에 관성대로 그리로 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는데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리스트에 없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점점 시간은 다가오는 데 버스가 올 기미도, 버스가 온다는 안내도 없다.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이 그 시점이다. 그제야 플릭스 앱을 열고 그전에 온 안내 문자를 봤더니 버스 타는 곳이 여기가 아니다. 자세히 보니 비엔나 중앙역 앞 광장이다. 아뿔싸. 그날은 그대로 버스를 놓치고, 시간이 임박해서 환불도 안돼 버스 요금도 날리고, 그대로 집에 갈까 하다가 그다음 버스를 예약해서 결국 갔다. 두 시간 여를 허비하고, 임박해서 예약한 터라 가장 비싼 요금을 내고 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비엔나에는 플릭스 버스 터미널이 2개다. 그래서 사전에 미리 어디서 타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가야 한다. 하나는 내가 버스를 놓쳤던 지하철 3호선 Erdberg역에 있는 비엔나 국제 버스터미널이다. 다른 하나는 중앙역(Hauft Bahnhof) 앞에 있는 남티롤 광장(Sud-Tyroler Platz)에 있는 터미널이다. 어디든 버스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내가 타야 할 버스를 타려면 2개 터미널 중 어디인지 확인하기를 바란다.


나는 나 스스로를 꼼꼼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성격도 급하고 덤벙대는 스타일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 면서 다음 밟은 돌을 다 확인하고 건너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다 따져보고 100% 이상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51%의 성공 확률만 보이면 일단 일을 시작하고 그 후에 예상치 못한 일들은 그때그때 컨틴전시로 대응해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남들 눈에는 내가 그렇게 안 보나 보다. 뭔가 엄청나게 꼼꼼한 이미지로 비치나 보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거리가 있다. 98%를 꼼꼼하게 챙겨도 마지막 하나를 안 챙겨서 그 98%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내 인생에서 많았음을 누가 알 것인가.


이탈리아에서 렌터카 픽업 장소를 제대로 확인 안 해서 곤욕을 치른 경험, 이 플릭스 버스 정류장 알람을 확인 안 해서 버스 놓친 경험. 생각해 보면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짝은 나사 빠진 사람 마냥 허술하게 사는 것도 인간미 있는 모습이라 위로한다. 좀 허술해 보여야 주변 사람들이 그 허술함을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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