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범칙금이 전부가 아니다. 숨은 비용이 더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몽쉘미셸을 보러 가려고 차를 렌트했던 적이 있다. 크루즈를 켜 놓고 속도제한에 맞춰 운행했지만 그래도 어느 구간에서는 속도 제한을 넘겨 운전을 했었나 보다. 그 사실을 안 것은 여행을 끝내고 비엔나로 돌아온 후 수개월이 지나서였다. 카드 청구서에 도무지 알 수 없는 비용이 AVIS에서 45유로 청구돼 있었다. 렌터카 회사인 AVIS에서는 렌트를 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 Budget에서 차를 빌렸는데, 그 회사가 예전에 AVIS와 사실상 같은 회사였다.
보통 카드 내역이 오면 하나하나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 비용을 다행히 놓치지 않고 카드사에 AVIS에서 나한테 잘못 청구했으니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에 대해 카드사는 자기네들은 취소할 권한이 없으니 AVIS로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AVIS 고객센터로 문의를 했다.
경험한 사람들은 잘 이해를 할 텐데, 유럽 회사들의 고객센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전화할 수 있는 번호 자체가 없는가 하면, 이메일을 보내도 하세월이다. AVIS도 예외는 아니어서 문의 메일을 보낸 지 몇 주 만에 연락이 왔다. 그 45유로는 자기네 회사가 청구하는 행정처리 비용이란다. 무슨 말이냐 하면, 프랑스 교통국에서 속도위반으로 내가 빌렸던 차량 운전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고, 그 운전자 정보를 보내는 데 들어간 행정 비용으로 45유로 청구했다는 것이다. 속도위반 벌금인지 주차 위반 벌금 인지도 모르고 그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내 정보를 프랑스 정부에 넘겼다는 이유로 45유로를 청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렌트 약관에 관련 내용이 있고 내가 렌트 서류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업체 측의 처리 비용'이 45유로였다.
오늘의 교훈. 역시 렌터카를 빌릴 땐 꼭 렌트 약관의 핵심 사항들은 미리미리 확인해야 적어도 황당하고 예기치 못한 비용 청구에 담담하게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