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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ug 22. 2022

스페인: 스페인 국기 문양 이해하기 #2

가이드 투어를 잘 활용하면 도시와 문화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출처: 네이버 '봄산처럼'님 블로그

방패 문양의 위에는 왕관이 위치해 있다. 왕관이니 당연히 스페인 왕가를 의미한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 영어로 왕가를 의미하는 로열(royal)이란 단어를 알 것이다. 이 로열이 스페인어로는 레알(real)이다. 유명한 유럽 명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레알은 로열이란 의미다. 그런데 S대 경제학과와 국악과에 재학 중인 지인 둘이 농담이 아닌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스페인의 레알이 '진짜'라는 의미의 리얼(real)이 아니었냐는 질문. 레알을 설명해 주고는 한참을 웃었다.


방패 문양의 양 쪽에는 두 개의 기둥이 있고, 각각의 기둥 아래에는 파란색 물결무늬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기둥 맨 위에는 서로 다른 모양의 왕관이 있다. 또 기둥에는 PLVS VLTRA라는 글이 새겨진 리본이 감겨 있다.


이 두 기둥은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부른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가 자신에게 주어진 12개의 퀘스트를 수행하던 중에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야 했는데, 넘기가 싫어 자신이 가진 방망이로 산맥을 둘로 갈라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그 갈라진 산맥 사이로 대서양(아틀란틱 오션)의 물이 흘러들어 그 사이에 지브롤터 해협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두 개의 쪼개진 기둥은 각각 세상의 끝을 의미한다. 지리적으로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가르는 지중해에 있는 지브롤터 해협 양쪽의 지브롤터와 세우타를 나타낸다. 지브롤터는 그 옛날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이었던 영국이 통행세를 걷기 위해 지배하던 곳으로, 지금도 영국령이다. 스페인에서 지브롤터를 가려면 여권을 보여주고 국경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기둥을 둘러싼 PLVS VLTRA는 사전적으로는 '울트라에 더해서'란 뜻으로 '보다 더 멀리'란 의미이다. 이는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가 주창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세상의 끝인 두 기둥, 즉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더 멀리 가자는 그 옛날 대항해 시대의 시대정신을 담아 놓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만큼 대항해 시대를 이끌고 신대륙 발견을 통해 역사를 진일보시킨 스페인의 모험정신과 개척정신을 잊지 말자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참고로 라틴어에는 U가 없어 V를 U로 대신해서 썼다고 한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 중에 불가리는 BVLGARI로 쓴다. 과거 라틴어의 흔적이다.


그리고 기둥 위 왕관 중에서 왼쪽 기둥과 오른쪽 기둥 위 왕관의 모양이 다르다. 그런데 오른쪽 기둥 위 왕관은 맨 위 큰 왕관과 똑같아 보인다. 가운데 가장 큰 왕관은 스페인 왕조, 그리고 왼쪽 기둥 위 왕관은 신성로마제국, 오른쪽 왕관은 스페인 왕국을 상징하는데, 결국 신성로마 제국과 연결돼 있던 스페인의 역사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카를로스 1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면서 동시에 스페인의 국왕이었다. 그렇게 유럽 내에서 결혼으로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왕위 계승을 두고 심지어 전쟁까지 불사한 역사의 일부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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