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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ug 23. 2022

스페인: 스페인 국기 문양 이해하기 #3

스페인 초등학교는 '국기 그리기 대회'를 할까?

스페인 국기 문양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언뜻 초등학교 다닐 때 태극기와 얽힌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태극 그리기 대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초등생 대상 애국심 고취를 목적으로 그런 대회를 하도록 지시하지 않았을까 싶다.


미술 수업 시간 동안 태극기를 그려야 해서 미리 필요한 도구들을 챙겼던 기억이 있다. 가로, 세로, 대각선, 그 가운데 원을 가장 정확한 비율로 그리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 큰 삼각자 2개(하나는 이등변 삼각형, 하나는 직각 삼각형), 컴퍼스, 그리고 도화지를 문방구에서 사서 학교에 갔다.

지금도 머릿속에는 열정(?)을 가지고 태극기를 그리던 장면 장면이 스냅사진처럼 내 기억에 남아 있다.


1. 먼저 가장 가운데 점을 찾기 위해 도화지에 대각선을 긋는다. 두 대각선이 만나는 점은 태극문양인 가운데 원의 중점이다. 그 중점에 컴퍼스 한쪽 다리를 맞추고는 지름의 크기대로 원을 그린다.


2. 그 원 안에 태극을 그리려면 반지름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지름을 다시 반으로 나누고, 왼쪽 반지름의 중점에서 아래쪽으로 반원, 오른쪽 반지름의 중점에서는 위쪽으로 반원을 그리면 동그란 태극무늬가 생긴다. 내 기억으로는 다른 친구들이 가장 많이 틀렸던 지점이 여기인데, 태극 문양이 가로로 수평한 선이 아니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오는 대각선을 기준으로 그려져 있다. 얼핏 눈대중으로 봐도 원의 중점에서 수평선을 그어 보면 태극 문양과 잘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 나머지는 4괘인데, 큰 삼각자 두 개로 양 대각선과 수직이 되게 크기를 맞춰 건곤감리 네 괘를 그리고 적당한 비율로 괘 가운데 끊겨 있는 부분을 나눈다.


4. 그리고는 수채물감(당시 초등학생이 유화 물감을 쓸 수는 없었다)으로 가장 진하게 원색에 가깝게 색칠하기 위해 물을 거의 쓰지 않은 원책으로 빨강, 파랑, 검정으로 색칠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태극기 그리기를 마친 나는 그 당시 5학년으로 태극기 그리지 전교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상을 전해 받고는 나름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스페이 국기를 나름대로 디테일들을 나눠서 그 각각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든 생각이 '스페인 초등학생들은 이 정도 디테일의 국기를 그릴 수 있을까?'였다. 아무래도 왕관, 보석, 헤라클레스의 기둥 등에서 보이는 디테일들을 대강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의 콘테스트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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