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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청소부 이야기#1

오스트리아 선망의 직업, 굴뚝 청소부

by 비엔나 보물찾기

비엔나 시내를 소요하다 보면 어느 건물 벽에 까만색 굴뚝 청소부 장식을 만나게 된다. 위치는 2호선 쇼텐터(Schotentor)역에서 암 호프(Am Hof) 쪽으로 걷다 보면 비플링어 거리(Wipplinger Strasse) 즈음에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높다란 다리가 있다. 그 근처 어느 건물에서 화제의 '굴뚝 청소부'와 마주할 수 있다. 이 청소부는 굴뚝 청소를 하면서 묻은 그을음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하게 까맣다. 어깨에는 지붕으로 올라갈 때 쓸 사다리와 굴뚝 안을 청소할 철 브러시와 칭칭 감긴 쇠사슬을 메고 있다. 다행히 모자는 아직도 하얗다. 모자는 작업할 때 벗어두고 한 모양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굴뚝 청소부는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자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유래가 참 재미있다. 중세시대에 오스트리아에서 집을 짓는 양식이 집의 중심에 벽난로를 놓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바닥 난방이나 히터가 따로 없었으니 집 한가운데에 벽난로로 땔감을 때고 집 전체를 훈훈하게 하려는 건축학적 배려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벽난로에 나무를 때면 그을음이 생기고 그게 쌓이면 굴뚝을 막어버리는 경우가 잦았고, 대부분 집을 짓는 재료가 나무라 굴뚝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화재가 나시 십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청소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일 년에 한 번 굴뚝 청소부를 만나면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했고,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에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굴뚝 청소부는 행운을 배달해 주는 고마운 존재로 등극(?)했다. 굴뚝 청소를 하고 난 후 시커먼 얼굴과 손, 더러워진 옷이 악마를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런 굴뚝 청소부는 위험, 질병, 악귀 같은 존재로부터 집과 사람을 보호해주는 기운을 전해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나는 받아본 적이 없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굴뚝 청소부를 형상화한 장신구를 서로 교환하면서 행운을 빌어주는 문화가 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매년 마지막 날을 실버스테르(Silverster)라고 부르는데, 이는 기원 후 335년 12월 31일에 로마에서 사망한 교황 실버스테르를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자장면 데이, 가래떡 데이처럼 굴뚝 청소부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마케팅에 이용한 장신구 교환 문화일 수도 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지인들에게 새해의 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문화는 그 자체로 쭉 이어가야 할 전통인 것 같다.


출처: EBS 세계테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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