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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대중교통권 벌금에 얽힌 일화

교통권별 탑승 조건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자

by 비엔나 보물찾기

대중교통권에 얽힌 지인 J의 '아까운 벌금' 이야기이다.


J의 가족이 3년 반 동안의 비엔나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려고 비행기를 타던 날이었다. 집을 빼고 며칠간 묵고 있던 에어비앤비에서 나온 후 공항으로 들고 갈 짐을 내 차와 다른 지인의 차에 실어 두고 보니 아직 공항으로 갈 시간이 한나절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라스트 미닛(last minute)에 비엔나를 잠깐이나마 즐겨보고자 레오폴드 미술관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는 나와 J의 가족 셋은 시내로 지하철(U-Bahn)을 타고 갔다.


레오폴드 미술관을 가기 위해서는 Oper역에 내려 전철로 갈아타야 하는데 슈베덴플라츠(Schweden Platz) 역을 지난 후 갑자기 검표원이 다가오더니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연간 교통권이 있어 보여주고는 넘어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연간회원권도 유효기간이 하루 남았었다. 아찔한 순간이 될 뻔했다.) 그리고 J의 딸도 학생 연간 교통권이 있어 패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검표원이 J부부가 내민 교통권이 유효하지 않다며 계속 다른 티켓을 제시하라고 한다. 이에 J 부부는 그 티켓이 유효함을 영어로 계속 설명했다. 그러다가 다음 역에서 검표원이 J 부부에게 내리라고 하고는 다시 논쟁이 이어졌다.


내용인즉슨, J 부부는 8일 티켓(8-tage Klima ticket, 8-days climate ticket)으로 어제 오후에 두 장 펀칭(entwert)했고, 8일 티켓은 한 장당 펀칭한 시간부터 24시간 동안 유효하니 티켓은 유효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비엔나에 오래 산 지인이 24시간 동안 유효하다고 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표원은 8일 티켓은 펀칭한 날과 그 다음날 새벽 1시까지만 유효한 티켓이라고 주장하였다. 결론은 8일 티켓은 검표원의 말대로 다음 날 새벽 1시까지만 유효한 티켓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 벌금으로 J는 일인당 115유로 해서 230유로를 지갑에서 꺼내 비엔나시 재정에 기부를 하고 떠났다.


8일짜리 티켓은 뭉터리로 사는 만큼 1일권(eine tage ticket)보다는 저렴하다. 그리고 장점이 연속으로 8일을 탈 필요 없이 그냥 8일만 타면 되고, 두 명 세 명이 같이 움직이면 두 번 펀칭을 하면 그 인원수만큼 그날 무제한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여러 명이 탈 때 펀칭을 하려면 한 번 펀칭한 후에 그 면을 뒤로 접고 그 다음 번호에 펀칭을 하면 된다. 이 경우에는 다 같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하여간 비엔나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라면 8일 티켓은 유용하다.


그런데 J의 일화에서 보듯이 8-day 티켓은 펀칭한 날과 그 다음날 새벽 1시까지만 유효하다.(Valid from the stated date and time until 1:00 on the following day) J가 착각한 것처럼 24시간 유효하지 않다. 24시간 유효한 티켓은 24시간(24 stunden), 48시간, 72시간 티켓이다. 이들 티켓(zeitkarten)들은 날짜와 상관없이 펀칭한 시점부터 해당 시간만큼 유효하다.


J는 몸소 지갑을 던져 '교통권마다 다른 조건을 정확하게 아는 꼼꼼함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서울로 떠났다.


* 출처: Wiener Linie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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