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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Sep 07. 2022

비엔나: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아인슈패너나 멜랑쥐를 통칭 비엔나커피라 부른다.

서울에서도 Vienna Coffee라는 이름이 붙은 카페가 생길 정도로 비엔나커피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높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정작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에스프레소, 멜랑쥐, 카푸치노, 아인슈패너, 아이스커피 등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커피들만이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카페라테 느낌의 멜랑쥐나 크림이 듬뿍 올라간 아인슈패너를 비엔나커피로 부른다. 비엔나커피라는 별칭은 비엔나에서 유래한 커피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아인슈패너의 유래

아인슈패너는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크림이 잔뜩 얹어져서 나오는 커피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한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이다. 그런데 한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라 하지만 실제 어디에서도 말이나 마차를 연상시킬 수 있는 포인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인슈패너라는 단어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옛날 비엔나에서 말을 몰던 마부들이 커피를 마실 때는 직업 특성상 마차를 몰면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유럽 도시의 올드 타운을 가면 울퉁불퉁한 네모난 돌들이 박힌 바닥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마차가 다닐 때 말이 소변을 보면 그것이 돌 사이로 빠져서 길 가장자리로 가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울퉁불퉁한 바닥을 마차가 지나게 되면 당연히 커피가 넘쳐 쏟아질 수밖에 없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다가 컵이 흔들리면 입 주변은 물론 손에도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커피가 흘러넘치면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 양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올려서 마시던 것이 지금의 아인슈패너이다. 아인슈패너는 커피의 따뜻함을 유지하고, 커피가 흘러넘치지 않게 하며,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기 일쑤인 마부들의 속을 달래주기 위한 일석삼조의 배려인 것이다.

아인슈패너는 마실 때 쓴 커피와 달달한 휘핑크림이 함께 입 안으로 들어올 때의 그 조화로운 맛이 일품인 커피이다. 비엔나에 가면 당연히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아인슈패너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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