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나 차로 국경을 이동할 때는 고속도로 통행 시스템을 잘 이해하자
차로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하게 된다. 고속도로로 국경을 넘을 때면 제일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고속도로 통행료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년짜리 Vignette라고 불리는 통행권을 사서 차에 붙이고는 일반 시내 도로처럼 고속도로를 운전해 다녔다. 그러다가 남프랑스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니스로 가서 차를 렌트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생폴 드 방스, 베흐동 계곡, 라벤더로 유명한 발랑솔과 같은 목적지만 구글 맵에 찍어 두고는 운전해 갔다. 니스에서 생폴 드 방스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오스트리아처럼 생각하고 렌터카니까 당연히 Vignette 같은 것이 있으려니 하고는 마음을 놓고 있던 찰나, 저 멀리 우리나라 같은 고속도로 요금소가 보인다. 그 순간부터 긴장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고속도로 통행료는 어떻게 내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던 터였다.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구간마다 통행료를 내고 무사히 지났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같이 어떤 구간은 티켓을 뽑고 끝에서 요금을 내는 구간이 있고, 어떤 구간은 미리 요금을 지불하는 구간도 있었다.
정기권인 Vignette을 쓰는 나라: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스위스
내가 운전해서 다녀본 나라 중에서 Vignette을 쓰는 나라들은 주로 스위스와 동유럽 국가들이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보통 10일짜리가 가장 짧은 기간의 통행권이며 가격은 10~15유로 정도이다. Digital vignette을 미리 구매해도 된다.
그중에서 스위스는 여행객들이 쓰는 돈으로 사는 나라가 맞나 싶다. 다른 나라들은 10일권으로 잠시 여행 온 사람들의 편의를 봐주는 반면, 스위스는 1년짜리 연간 Vignette 한 종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격 자체가 다른 나라의 연간권처럼 비싸지는 않다. 스위스의 연간 Vignette은 40 스위스프랑인데 반해, 오스트리아의 연간 Vignette은 93.80유로(2022년 기준)이다.
그리고 동유럽을 차로 이동할 때의 팁!
비엔나에서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로 갈 때는 원칙적으로는 슬로바키아 Vignette을 사야 한다. 그런데 Vignette은 고속도로 통행권이기 때문에 일반 국도를 갈 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비엔나에서 판도르프 아울렛을 들러 쇼핑하고 슬로바키아를 다녀오려고 할 경우에는 Kittsee쯤에서 고속도로를 내려와 국도로 브라티슬라바로 가면 통행료 10유로를 아낄 수 있다.
또한 비엔나에서 슬로베니아 블래드 호수를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국경을 지나자마자 국도로 빠져서 가게 되는데,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블래드 호수까지는 대부분 구간이 국도라서 굳이 Vignette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구간별로 통행료는 내는 나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통행료 시스템과 같다. 개방형 시스템이라고 해서 미리 요금을 카드로 결제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구간이 있다. 우리나라 우면산 터널이나 강남순환도로, 과천-의왕 고속화도로 같은 시스템이다. 그리고 폐쇄형이라고 해서 티켓을 뽑았다가 고속도로에서 나갈 때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 경부, 서해안 등 일반 고속도로와 같은 시스템이다. 카드로 결제만 하면 되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지만, 하이패스 같은 곳을 지나지 않도록 유의하면 좋다. 요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렌터카 회사로 벌금 청구서가 나올 텐데, 보통 렌터카 회사는 행정처리 비용(processing fee)으로 많게는 40유로 정도 청구하기 때문에 미리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인 나라: 독일
독일은 속도 무제한 도로로 유명한 아우토반(Auto Bahn)으로 유명한 나라임은 다들 알 것 같다. 이런 독일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다.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된다. 통행료와 상관없지만 아우토반은 모든 고속도로 구간이 속도 무제한은 아니다.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이 있는 반면, 어떤 구간은 속도 제한이 있다.
아주 오래전 아우토반을 다녀온 선배들의 무용담(?)을 들었을 때는 마치 편도 10차선, 왕복 20차선쯤 되는 광활한 고속도로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서 속도 200km/h로 달려도 뒤에서 비켜 달라고 상향등을 쏘는 장면을 상상했으나, 실제로 가 보니 그냥 일반 고속도로에 속도제한만 없는 곳이라 '과도한 상상이 비루한 현실이 되는'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