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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12: 렌터카 빌릴때 비자/마스터 카드없어 생긴일

렌터카 빌릴 땐 유의사항을 꼼꼼하게 따져야 돈을 아낄 수 있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남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니스 공항에서 렌터카 빌리면서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를 공유하고자 한다. 유럽에서 렌터카 예약사이트로 유명한 Rentalcars.com에서 미리 2박 3일 동안 예약을 했다. 총 렌터카 비용은 120유로 정도라 나름 괜찮은 가격에 예약을 했다. 그것도 20유로 내외의 보험까지 포함한 가격이니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더구나 Wizz 에어로 비엔나-니스 왕복 요금이 30유로 정도였으니 전체가 정말 알뜰하고 엄청나게 저렴한 여행인 셈이었다. 그렇게 주말을 끼고 남프랑스 여행길에 올랐다.


비엔나 공항에서 니스로 Wizz air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정도를 날아 니스에 도착한 것이 저녁 9시. 참고로 저가 항공은 저렴한 대신 주말을 택해 여행을 가려면 금요일 새벽이나 저녁, 월요일 새벽과 같이 시간대가 그다지 좋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제주도 편도 비행기 요금도 안 되는 비용으로 니스를 다녀올 수 있다는 느낌은 그 불편한 시간대를 충분히 잊게 하고도 남는다.


니스 공항에 도착하고 렌터카를 찾으러 사무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만만치 않다. 하나하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출력해 온 렌터카 이용 약관을 읽어 보았다. 그러던 중 렌터카 비용 결제 조항에서 눈이 딱 멈추었다. '아뿔싸, 이게 무슨 일인가'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그제야 약관을 미리 읽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하는 순간이 돼 버렸다. rentalcars.com에서 미리 결제를 하지 않고 렌터카를 찾을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결제를 해야 하는데, 결제 카드가 비자나 마스터 카드밖에 안된다는 안내문이 갑자기 돋보기로 보이는 크기로 눈에 들어왔다.

당시 유럽에 간지 몇 달 되지 않았던 터라 신용카드라고는 법인카드로 발급되어 연회비 무료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와 오스트리아 은행의 체크카드, 그리고 온라인 쇼핑 때 쓸 용도로 한국 비자카드는 실물 카드 없이 사진으로만 갖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은행에서 발급하는 비자/마스터 신용카드는 굳이 연회비 내면서 발급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신청 안 한 것, 한국 비자카드는 유럽에서 결제하면 한국에서 환전 과정을 거쳐 결제되므로 굳이 실물 카드를 안 갖고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 결정이 그렇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결제를 못해서 차를 못 빌리면 그 시간에 니스에서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 한 가득이었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어 사정 설명을 했더니,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자기네 회사 보험에 가입하면 차를 렌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rentalcars.com에서 보험을 가입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 자체 보험을 가입했다. 보험료만 125유로. 사흘 동안 차릴 빌린 가격과 비슷했다. 그렇게 결국 사흘 동안 렌트비가 두 배가 돼 버렸다.


난 스스로 포기가 빠른 성격을 장점으로 믿고 산다. 렌트 비용은 결국 두 배가 됐지만 저렴한 비행기 등등으로 상당 부분 커버가 돼서 '정상적인' 비용이 든 여행이었고, 그 후로 샤갈이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고이 잠들어 있는 생폴 드 방스, 베흐동 계곡, 라벤더를 보면서 남프랑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왔다.


오늘의 교훈. 렌터가 예약할 땐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자. 돈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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