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은 렌트 대신 버스로

by 비엔나 보물찾기

이탈리아 여행, 특히 남부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아말피 해안은 빠뜨리지 않고 동선 상에 넣을 것 같다.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곳'에서 1위에 랭크된 적이 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지상낙원 부분 1위, 국내 항공사에서 '달리고 싶은 유럽' 1위,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 유산으로 선정될 정도로 다관광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관왕 타이틀과 함께 유럽의 햇살 좋은 시기에 가면 그보다 아름다운 곳이 없을 정도로 지중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과 그 절벽을 감싸는 해안도로, 그리고 포지타노, 아말피와 같은 자그마한 해변 도시가 여행객들을 반긴다. 해안 절벽에 레고 블록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집들이 주는 이국적인 풍경과 지중해의 바다가 참으로 잘 어울리며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기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이런 아말피 해안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로마에서 가이드 투어로 당일이나 1박 2일로 다녀오는 가이트 여행, 로마-나폴리-소렌토-포지타노-아말피를 기차와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가거나, 나폴리에서 카프리나 소렌토로 갔다가 페리를 타고 포지타노, 아말피로 가는 뚜벅이 여행. 그리고 마지막이 렌터카로 직접 운전해서 가는 '과감한' 여행이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얘기하면, 렌터카로 직접 운전해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싶다. 여러 이탈리아 여행 유튜버들도 아말피 해안도로 운전은 말리는 모양새다.


첫 번째 렌터카를 말리고 싶은 이유는 일반적으로 승용차를 빌리게 될 텐데, 도로 옆 가드레일 때문에 지중해 풍광과 절벽 마을들이 상당 부분 시야에 가린다. 그래서 경치를 감상하며 운전하기 어렵다. 이건 동승석에 있는 동반 여행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이유는 길이 너무 좁고 꼬불꼬불해서 운전 자체가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고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한다. 실제 운전을 하다 보면 그대로 체감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지 않는다 싶으면 뒤에서 빵빵대며 하이빔을 쏜다. 빨리 비키란 의미다. 초행길이라 조심스레 운전하다 보면 뒤에서 클락슨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이럴 때면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몸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길이 좁다는 것은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짐작이 된다. 직선 길에서 버스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오고 가는 버스가 서로 마주칠라치면 속도를 거의 0에 가깝게 서행하면서 서로 백미러가 부딪칠 세라 조심조심 비켜가야 한다. 그리고 버스가 곡선을 돌기 전에는 내가 먼저 돌고 있다고 상대방에게 알려주기 위해 클락손을 울린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있으면 내가 먼저 커브를 돌아야 하니 그 자리에 멈추라는 의미다. 그걸 놓치고 돌다 보면 버스와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버스 반대편 차가 직진 구간까지 후진해서 버스를 보낸 다음에야 자기가 지나갈 수 있다. 약간의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로가 어느 정도로 좁은지 짐작되고도 남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운전에 초집중해서 운전하느라 운전자는 해안도로의 도로면 말고는 해안 절벽과 바다를 감상하기는커녕 기억도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동승자들이 '우와. 바다 색깔 봐. 저 절벽에 집을 짓고 사네?' 하고 있을 동안 계속 식은땀을 흘리면서 운전해야 한다.


네 번째 이유는 해안도로를 한 10여분 달리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풍광이 비슷해서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말피 해안도로를 운전해서 갔다는 사실만 일 것이다. 버스로 갈 때도 여행 블로그 등에서 '반드시 소렌토에서 갈 때는 오른쪽 창가에 앉으라'라고 조언하지만, 실제 10여 분 지나면 이내 잠이 들어 포지타노에 도착하기 직전에나 깬다.


마지막 이유는 포지타노나 아말피에 도착하면 정작 주차하기가 쉽지 않고, 주차비도 비싸다. 여름 성수기 기준으로 하루에 30유로 내외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을들은 대부분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걸어 다녀도 될 정도의 크기이고, 차는 도시 여행 내내 주차장에서 잠들어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다만 렌트를 하면 중간중간 차를 멈춰 세우고 해안 절벽의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 사진 몇 장을 위해 렌트를 하는 수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자기의 선택에 따라 가장 선호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럽#13: 차 렌트 시 거리제한 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