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비엔나에서 즐기는 색다른 과일
비엔나의 여름에 대한 기억 중에 납작 복숭아가 있다. 말 그대로 복숭아인데 우리나라처럼 동그랗지 않고 납작하다. 맛과 식감은 우리나라 백도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모양이 납작할 뿐인데, 납작해서 그런지 한 입에 베어 물기가 좋고 후식으로 한 개 정도 먹기에 양도 적당하다. 비엔나에서 보는 납작 복숭아는 대부분 터키에서 수입해서 온다고 하는데, 혹시 대부분 수용성 농약을 쓰겠지만 그래도 미심쩍어서 식초와 베이킹 소다 물에 담궈서 씻고는 껍질채 먹는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아주 그만이다. 서울로 돌아온 지금 여름이면 비엔나에서 즐겨먹던 납작 복숭아가 자꾸 그리워진다.
그런 납작 복숭아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작년에 우연히 클라우드 펀딩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은 '50만원 예상했는데 1,800만원.. '납작 복숭아 36배 대박'이었다. 납작 복숭아는 물론 겉모습은 딱딱한 천도복숭아지만 속은 백도같이 부드러워 신비롭다는 이름이 붙여진 신비 복숭아 등을 예로 들면서 와디즈에서 실시한, 예약 공동구매 방식의 이색 과일 펀딩에 대한 것이었다. 납작 복숭아 펀딩 프로젝트는 과일을 판매하기 전에 금액부터 모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당초 목표 금액이 50만 원이었던 데 반해 실제로는 1,800여만 원이 모여서 3,602%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색 과일로서의 납작 복숭아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납작 복숭아를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네이버 폭풍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대극천 납작 복숭아'. 그런데 실상은 내가 생각하던 납작 복숭아가 아니라 '한국판' 납작 복숭아였다. 납작 복숭아와 경봉이라는 복숭아를 교배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조생종이라 1년 중에서 6월 말, 일주일 정도만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름만 납작 복숭아 일뿐 실제로 납작하지는 않고 알이 작을 뿐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색 품종의 과일은 먹는 재미도 있지만 보는 재미도 있고, 이렇게 브런치 글까지 쓰게 하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색다른 트렌드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샤인 머스캣, 거봉, 황도와 백도, 수박과 더불어 앞으로 언젠가는 유럽에서 즐기던 납작 복숭아를 우리나라에서도 맘껏 즐길 수 있는 희망, 그 전에라도 유럽에 여행 가서 납작 복숭아를 먹겠다는 의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