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도 와인이 있다.
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술을 마시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소폭을 마시면서 건배를 하고 원샷에 들이키며 함께 한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와인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내가 와인을 즐겨하지 않는 이유는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산이며, 품종은 어떻고, 어떤 와이너리에서 생산되었으며, 빈티지는 언제인지를 '아는 척'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된다. 지인들 중에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에서 본 지식을 뽐내는 사람도 있고, 뭔가 준비한 와인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와인이 얼마나 고급임을 강조하며 '내가 당신을 이 정도로 대우한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와인에 대한 진심을 보인다는 면에서 그런 분들은 진정 마음으로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난 정작 '술은 술이고, 술은 마셔서 다 함께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와인은 나와 거리감이 있는 술이다. 요즘은 'Vivino'라는 앱이 있어서 라벨만 스캔하면 와인에 대한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평점이 있어 수월해 지기는 했다.
반면 와인은 장점이 하나 있다. 와인은 거하게 마시기보다는 음미하면서 천천히 '고상하게' 마셔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과음을 하지 않게 된다. 물론 다음 날 과실주가 주는 숙취는 또 다른 얘기다.
오스트리아에 가서 와인을 가까이서 쉽게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수입이라 현지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것을 보면서 와인과 친구가 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었는데 말이다. 10유로 내외의 와인 정도면 잘 고를 경우 아주 맛난 와인과 친구가 될 기회는 많았다. 그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와인과 가까워지기는 참으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오스트리아도 비엔나 19구 그린칭에 있는 와이너리, 비엔나 근교의 부르겐란트, 바하우 등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레드 와인 품종으로는 유명한 것이 Zweigelt다. 독일어로 zwei가 둘, 2를 의미하는데, 2가지 포도 품종 (블라우 프랑퀴시와 생-로랑)을 교배해서 만든 종이라고 한다. 설명에 의하면 '무거운 바디에 구조가 탄탄한' 와인이라고 하는데, 사실 무슨 의미인지 와닿지가 않는다.
화이트 와인은 리즐링도 유명하지만 바하우 지역에서 나는 청포도 품종인 Grüner Veltliner가 유명하다. 바하우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유명하며 가을이면 포도밭에 드는 단풍이 절경인 곳이다. 그 옛날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가 십자군 원정을 갔다가 패해서 돌아가는 길에 잡혀서 갇혀 있던 뒤른슈타인 성, 하늘색 성당이 볼만한 곳이다. 비엔나에서 기차나 렌트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이것만 알면 굳이 탄닌이 얼마다, 바디가 무겁다, 드라이하다 등을 자랑하지 않더라도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오스트리아 와인은 병뚜껑에 오스트리아 국기가 있다. 아마 주류세와 관련된 표식이 아닐까 짐작된다. 다른 하나는 와인 뚜껑이 코르크 마개가 아니라 소주병처럼 돌려서 따는 마개로 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외국으로 수출되지 않는 만큼 오스트리아에 가면 한 번씩은 맛보고, 서울로 돌아올 때 한 두병 들고 오면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선물용으로는 W라는 라벨이 붙어 잇는 Schwarz라는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Wein & Co. 에서 43유로 정도 하는 와인인데, 와인병 뚜껑도 밀랍으로 봉인돼 있고 병 자체도 아주 고급져서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좋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