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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비엔나에는 비엔나소시지도 없다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만 아니라 비엔나소시지도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by 비엔나 보물찾기

라떼 얘기가 될 수 있는데, 어릴 적 엄마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 주는 날이면 점심때 친구들과 밥 먹자고 반찬통을 열었을 때의 그 우쭐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찬가지로 친구가 비엔나소시지라도 싸오는 날이면 다들 하나 먹어보겠다고 떼를 쓰던 기억이 나의 초등학교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말 그대로 초등학생의 눈에는 '국민 반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우리가 아는 비엔나소시지는 한 입에 먹기 좋게 엮여 있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소시지다. 동네 마트에 가서 본 비엔나소시지라 붙은 소시지 봉지들이 어릴 적 기억과 비엔나의 기억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모티브가 된다. 그런 비엔나소시지 옆에는 10센티미터 크기의 길쭉한 '프랑크 소시지'가 있다. 독일의 유명한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의 준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엔나소시지에 너무 익숙하지만, 정작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비엔나소시지가 없다. 단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만이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비엔나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라 부르는 것이 맞다.



비엔나소시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에는 알고 있으면 좋을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원래 지금 우리가 보는 식용 비닐에 쌓인 길쭉한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유래했다. 아주 옛날 한 정육업자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비엔나로 이주를 한 후 자신이 프랑크푸르트에서 팔던 소시지를 비엔나에서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이 사람이 팔던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처음부터 원재료가 소고기였다. 그러다가 비엔나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소시지 원재료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저렴한 이유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비엔나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만든 소시지가 반대로 소시지의 본고장 프랑크푸르트로 역수출되면서, 이런 형태의 소시지가 처음 상품화된 곳이 비엔나였기 때문에 비엔나소시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런 형태의 소시지를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라 부르지 비엔나소시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런 역사적 이유로 비에난 소시지는 우리나라에만 있지 정작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비엔나소시지가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이유로 저 짧은 소시지를 비엔나소시지로 부르게 되었을까. 10센티 정도의 길쭉한 소시지가 아닌 한 입 크기의 짧은 소시지를 처음으로 만들어 판 회사는 독일의 마이카(Meica)라고 한다. 마이카가 'Mini Wini Würstchenkette'라는 상품명을 붙여 처음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4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비엔나소시지가 줄줄이 엮인 제품을 출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 제품이 한국에 수입되면서 '작은 크기의 소시지가 줄줄이 엮인 소시지'를 비엔나소시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비엔나에는 비엔나소시지가 없다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나는 동네 마트에서 비엔나소시지를 보면서 비엔나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니 그대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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