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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30. 2022

비엔나 전통음식점 호이리게를 들러 호이리게를 마시자

호이리게는 뭘까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하면 '반드시 이것은 해야 한다'하는 버킷 리스트에 호이리게(Heuriger)가 있다. 호이리게는 비엔나 전통음식점인데, 호이리게라고 부르는 와인과 다양한 고기 요리(심지어 삼겹살 수육도 있다), 소시지, 감자, 양배추 절임(Sauer Kraft) 등을 뷔페식으로도 주문할 수 있고 일반 여느 음식점처럼 메뉴판에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그다지 먹을 것이 발달하지 않은 오스트리아에서 다양하게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왕이면 호이리게와 얽힌 얘기를 알고 식당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호이리게의 어원

Heuriger는 독일어로 Heuer(올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오늘'을 뜻하는 Heute와 어원이 비슷하다. 호이리게는 Heuriger Wein, 즉 '올해 와인'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호이리게는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 호이리게를 파는 식당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담근 포도주이기 때문에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해서 빈티지를 논할 수 있는 와인들과 분명 그 맛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실제로도 '가볍다'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탄닌 성분이 많지 않고 담백하기 때문에 호이리게 애호가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호이리게 탄생 배경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이 와인, 맥주와 같은 주류들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했고, 일반 농노와 시민들은 포도 농사를 지어 수도원에 남품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체코에 가면 노이베르트 수도원 같은 곳에서 파는 맥주가 아주 유명하다.

그런데 수도원이 독점하던 상황에서 시민들이 자신들도 와인을 만들어 먹고 싶어서 수도원에 와인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 요청에 수도원에서는 모든 와인을 다 허용해 줄 수는 없고, 적어도 그 해에 수확한 포도 중에서 수도원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마시는 것은 허용해 준 이후로 호이리게가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유럽의 30년 전쟁 등으로 오스트리아의 와인 생산이 점차 침체되자 이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규제를 완화했고, 뒤이어 프란츠 요제프 2세는 그린칭 지역의 와인 농가에서 치즈나 소시지 등 음식을 와인과 함께 팔 수 있도록 허가해 줘서 그린칭 지역이 호이리게로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호이리게에서 즐길 거리

호이리게에서는 여느 식당처럼 주문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이것저것 담아서 뷔페처럼 먹는 것이 좋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고기가 있고, 야채 요리를 곁들일 수 있으며, 수프, 샐러드, 치즈와 쉰켄(schinken) 플라터 등을 즐길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팁은 주문한 음식은 접시에 담아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서 가격을 매긴다. 물론 음식마다 정해진 가격이 다르다. 음식은 그때그때 결제를 하고, 음료나 와인은 식사가 끝나면 한 번에 계산을 하면 된다.


또 하나 호이리게에서 즐길 거리는 비엔나 숲이다. 19구 그린칭이 칼렌베르크 산 아래 포도밭과 붙어 있다 보니, 많은 호이리게들이 바로 포도밭과 연결돼 있다. 식사와 함께 가게 뒤로 가서 포도밭 전경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가 볼만한 호이리게

호이리게 집은 19구에 너무나 많다. 여러 군데를 가 봤지만, Schreiber Haus는 한번 가볼만하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이 가게를 다녀간 수많은 명사(?)들의 사진이 벽에 한가득이다. 오스트리아 현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내가 알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가급적 날씨 좋은 날 점심에 가서, 가게 뒤 편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것이 좋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초록의 포도밭이 만들어 내는 색감의 조화는 호이리게의 맛을 한층 더 한다. 그 외에도 베토벤이 하숙하던 집


또한 베토벤이 살면서 6번 '전원' 교향곡과 9번 '합창'의 일부를 작곡했다는 집을 호이리게로 만든 Mayer-Am-Pharr Platz)도 시간을 내어 가볼 만한 호이리게이다. 비엔나와 엮인 스토리의 일부를 장식할 추억의 식당으로서 자격이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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