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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Nov 01. 2022

'유럽의 김홍도', 브뤼겔을 아시나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서 브뤼겔을 만나다


피터 브뤼겔은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 화가로 농촌의 소박한 삶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북유럽의 전통과 현실 위에서 '풍속화'라는 미술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한데, 나는 미술 전문가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김홍도와 같은 반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화가라 생각한다.


'농가의 결혼식'은 어느 시골 마을의 결혼식 장면을 묘사한 작품인데, '바벨탑, '눈 속의 사냥꾼', '아이들의 놀이' 등과 함께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브뤼겔의 작품 중 하나다.


작품의 배경은 어느 시골 마을의 결혼식이다. 요즘처럼 화려한 꽃장식으로 수놓은 결혼식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농가의 허름한 창고다. 결혼식이라기보다는 피로연처럼 보인다. 창고 문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오려는 듯이 부산하다. 그리고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오늘의 신부'에게는 큰 관심이 없는 듯 각자 수프와 빵을 먹는데만 집중하는 것 같아 보인다. 맨 앞에 어린아이는 수프가 적었는지 연신 손가락을 빨고 있고, 악사 중 한 명은 연주를 멈추고 지금 나르고 있는 수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배가 많이 고픈 눈치다.


신부는 머리에 두건 대신 화관을 쓰고 초록색 백드롭 앞에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얼굴에는 발그레한 기운이 있다. 긴장을 했을 수도 있고 부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신랑이 보이지 않는다. 당시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결혼식 저녁까지 신랑이 신부 앞에 나타날 수 없는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미술사 전문가는 신랑의 역할은 하객들을 대접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맨 앞에서 말끔하게 차려입고 술을 따르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신부 오른쪽 노부부는 아마도 신부의 부모가 아닐까 짐작된다.

 

원근법 때문에 맨 앞에 사람이 가장 진한 색감으로 강조되어서 그런지, 앞에 수프를 나르는 사람들이 크고 선명하게 묘사돼 있다. 이들은 수프를 나르는 판으로 사용하려고 문짝을 뜯었나 보다. 그리고 식탁 아래 강아지 한 마리가 눈길을 끈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 가면 '유럽의 김홍도' 브뤼겔을 잠시 만나보는 것도 좋은 여행의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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