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카페에서 즐기는 브런치
원래 아침잠이 많은 스타일이라 혼자 있는 나에게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오전은 늘 소망하던 '알람을 맞춰 놓지 않고 저절로 눈이 뜰 때까지 잘 수 있는' 시간이다. 느지막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밤새 함께 쉬던 장기들도 잠을 깨서 에너지가 필요한 건지 슬슬 허기가 느껴진다. 그럴 때면 서둘러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옷을 대충 입고 비엔나 시내로 간다. 이름하여 혼밥 브런치.
파란 하늘이 시리도록 예쁜 날은 다른 카페도 좋지만, 야외 전경이 멋진 카페 모차르트를 자주 갔다. 알베르티나 광장에 위치해 있고, 자허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기 때문에 Oper 역에 내리면 금방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알베르티나 미술관 2층 난간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화되었지만, 반대로 카페 모차르트에서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 유럽이구나. 내가 서울이 아닌 유럽의 한가운데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언젠가 돌아갈 이방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유럽의 일부, 유러피안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럴 때는 왜 유럽 사람들이 굳이 시원한 실내 테이블이 있는데도 햇살 좋은 야외 테이블에서 신선한 공기와 조화로운 색감을 즐기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브런치로 소시지, 계란, 토스트가 있는 소위 '서양식 조식'을 먹어도 좋고, 식빵에 계란을 입혀 구운 빵을 먹어도 좋다. 아니 그냥 멜랑쥐 한 잔에 토르테 한 조각을 먹어도 좋다. 그 순간만큼은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유럽의 카페, 그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건조하고 기분 좋게 쾌적한 공기가 폐부에 느껴지고 파란 하늘의 색감이 눈을 자극하는 그 순간의 기억. 그 기억이 스크린 샷으로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을 생각하면, 마냥 그 순간이 좋아진다.
카페 첸트랄, 카페 자허, 카페 데멜. 다 훌륭하고 기품 있는 카페다. 그렇지만 아침 공기 선선한 맑은 날에는 카페 모차르트로 가자. 멜랑쥐나 아인슈패너와 아펠 스트루델(사과 파이)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여유로움'이 진정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될 시간을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