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에 있는 애틀랜타에는 원래 계획이라면 이번여행에서 공항에만 2시간 정도 머무는 일정이었어요. 하지만 갑자기 비행기가 4시간 연착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6시간의 여유가 생긴 우리는 고민 없이 공항을 빠져나와 지하철로 돌진했어요. 목표는 코카콜라 뮤지엄을 보고 오는 것! 세계의 모든 콜라맛을 볼 수 있다는 그곳! 여행이 끝나는 아쉬운 시점에서 깜짝 선물을 받을 것처럼 다시 시작을 할 수 있다니! 목적지를 향해 더욱 힘차게 걸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시간계산이 완벽했는데 사고로 열차운행이 지연되는 바람에 지하철에 꼼짝없이 갇혀 30분이 넘는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마침내 뮤지엄 도착한 우리는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했어요. 입장은 시간별로 제한이 있어 2시간 뒤에야 입장이 가능한 것이에요. 엄마는 사정을 이야기해 보자고 했고 아빠는 점심을 먹자는 의견을 냈지요. 하지만 점심을 먹고도 티켓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다행히 곧바로 드라마틱하게 입장할 수 있었어요.
“즐거운 인생”을 담고 있는 코카콜라뮤지엄을 계획한 대로 마음껏 즐기고, 더 이상 고장이 없던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로드트립의 시작에는 늘 on top of the world 노래를 틀기 시작했어요. 박물관의 첫 번째 순서로 관람했던 영상테마 노래였는데, 극장에서 시청이 끝나면 환상적인 코카콜라의 세계로 연결해 주는 문이 열리며 우리는 콜라의 세계로 입장하게 되는 것이었어요.
조지아주는 우리에게 코카콜라처럼 톡 쏘는 시원하고 달콤한 곳이 됐어요. 애틀랜타에서 경험한 짧지만 강렬하게 인상을 받은 코카콜라 뮤지엄을 기념하기 위해서 우리는 신나게 쇼핑 시간도 갖았어요.
이때 구입한 담요를 들고 저는 많은 곳을 다녔어요. 미국의 추운 거실에서는 따뜻하게 해 줬고, 제가 처음으로 캡 모자를 즐겨 쓰는 순간이 생겼어요. 사촌 누나와 로드트립을 할 때는, 차의 뒷좌석을 우리만의 코카콜라 바로 만들어주는 커튼으로 사용했고, 친구와 여행 갔던 요세미티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따뜻한 밤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아빠가 고른 쟁반은 우리 미국생활의 적적한 밤을 야식으로 채워주는 운송수단이 되어 1층과 2층을 아직도 바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중이고요. 엄마가 선택한 아이스크림 스쿱은, 항상 이용하고 있지만 절대로 콜라 안에 아이스크림을 띄어 주는 적은 없어요. 엄마가 떠주는 아이스크림컵에 제가 몰래 콜라를 부어먹을 때는 있지만……
박물관에서 목표한 대로 세계 각국의 콜라만큼은 여유 있게 즐기고, 나만의 콜라도 만들어 마셨어요. 바로 이 순간이 내가 애틀랜타 지하철을 꾹 참고 이곳으로 돌진한 이유거든요. 지하철역은 생각보다 지저분하고, 너무 깊은 지하에 있어서 불편했어요. 그리고 팬데믹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무서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저는 늘 긴장하게 돼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게다가 고장으로 인해 지하철 안에 갇혀 있었어야 했다니… 저는 저에게 아주 큰 보상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것은 바로 콜라로 바닥이 찐득해진 곳에서 모든 콜라를 마시는 일. 콜라가 약국에서 개발된 음료라는 것은 몸에 해롭지 않게 개발됐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엄마는 절대 내 의견에 동의해주시지 않았지만 저는 그렇게 믿어요.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아빠는 매일 회사식당에서 똑같은 자판기를 이용해 체리맛 제로콕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 저는 아빠 회사에 들어갈 수 없고, 아빠가 회사로 출근하는 문은 On top of the world로 연결되는 장면과 많이 다르니까 특별한 기회를 만든 것에 감사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빠가 출근해서 체리맛 제로콕을 마시면 지금 이곳, 박물관에서 처럼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길 바랐어요. 회사는 어쩌면 학교하고 비슷한 곳 같거든요. 고등학교쯤 가면 학교에도 자판기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