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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버지니아, 그리고 워싱턴 D.C.

by 정윤호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미국의 50개 주에 속해 있지 않는 곳이에요. 별도의 수도로 지정된 구역이에요. 미국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DC의 주민은 대통령선거에 투표는 할 수는 있지만 상.하원의 투표권은 없어요. 그래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기다린다고 해요. 민주주의, 자유의 나라 미국의 수도 주민들에게 온전한 투표권이 없다는 것이 좀 이상했어요. 이면에는 가장 강력한 반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말이에요.


지리적으로는 메릴랜드주와 버지나주가 옆에 붙어 있어서 이층 버스를 타고 워싱턴 DC와 버지나아주를 넘나들며 주요 장소를 빼놓지 않고 모두 구경했어요. 엄마가 좋아한 곳은 링컨 메모리얼파크!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드디어 물이 채워진 모습을 보게 됐다며 감동하셨어요. 아빠는 자연사 박물관과 항공우주 박물관! 저는 백악관을 직접 본 것이 가장 신기했어요. 그동안 들었던 수많은 뉴스들을 생각하며 백악관 옆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길이 통제되더니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끝없이 검은색 차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장소에 함께 멈추게 된 사람들은 모두 ‘이 중에 한대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대통령도 배고프니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일까? 진짜라면, 대통령의 점심시간에는 길이 통제되고 수많은 방탄차들과 함께 콘보이를 하며 식당이 가는 것인데…….. 이렇게 생각을 한참 이어가는데 옆에서 아빠 말씀이 대통령이 식사하러 가는 길이었다면 이렇게 시선을 끌고 다른 곳으로 나갔을 것이라고 하셔서 갑자기 사진 찍는 일을 멈추게 됐어요.


결론은 대통령이 된다면 영화 같은 삶을 사는 것은 확실해요. 하루정도는 대통령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대통령을 만났다는 생각하니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했지요.


이번 여행은 부모님의 추억여행이기도 했던 만큼, 아빠가 오래된 소망을 꺼내 보이셨어요. 아빠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한도 끝도 없이 관람해보고 싶은 여행이 꿈이었대요.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에요. 1846년 영국 과학자인 James Smithson의 기부금으로 설립되었어요. 현재는 19개의 박물관, 21개의 도서관, 연구소, 동물원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 아빠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자연사 박물관, 항공우주 박물관, 미국 역사박물관.

10년 전 여행 할 때는 이런 꿈을 말하기도 전에 엄마가 제안을 한 가지 하셨대요. 그 어떤 곳을 가도 좋지만 ‘자연사 박물관’은 여행에 절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런 게 운명의 장난인가요? 그리고 다행히 엄마에 대한 아빠의 사랑은 모든 것을 양보할 만큼 컸어요. 그때, 두 분은 함께 초상화 박물관을 둘러봤다고 해요. 엄마가 자연사 박물관을 가기 싫었던 이유는 동물의 뼈가 가득한 것이 싫어서였다고 하는데…… (사실은 저도 엄마를 닮기는 했어요)


이제는 여행에서는 박물관을 구경해도 될 만큼 제가 컸으다며 스미스소니언 투어를 다시 제안했어요. 이번에는 엄마가 저희를 사랑하는 힘을 발휘한 것이었을까요? 첫 번째로 항공우주 박물관을 갔고, 두 번째로 자연사 박물관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제가 선택한 곳, 피츠버그에서 미술관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미술관을 선택했어요. 이번에는 아빠의 선택이 훨씬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동물은 생각보다 볼 만했고, HOPE라는 파란빛의 다이아몬드가 가장 인기가 많아서 저도 오랫동안 봤어요. 저주를 내리는 다이아몬드로 알려져 있었는데, 아마 그 이야기를 미리 알았다면 그 앞에서 많은 저주를 퍼부었을 것 같아요. 다행히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제가 나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주었어요. 저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면서 희망만 생각하고 왔거든요.

대부분 스미소니언박물관은 공짜라 이곳저곳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 규모가 큰 탓에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있었지요. 아빠가 계획한 대로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중심으로 우리는 하루종일 관람하고, 먹고 또 쉬고 또 관람하는 것을 반복했어요.


항공우주박물관과 알링턴국립묘지는 버지니아주에 있었고, 링컨 메모리얼파크과 백악관, 자연사 박물관 등은 워싱턴 D.C에 있었어요. 저는 비록 버지니아주와 워싱턴 D.C를 같은 곳으로 생각하면서 여행했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또 각자 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겠지요?


기억에 남는 것은 길가에 주저앉아 도시락을 먹고, 삼삼오오 모여 장난을 치는 중고생 형, 누나들의 단체관광 모습이에요. 8학년이 되면 떠나는 수학여행을 직접보니 나의 수학여행도 기다려 졌어요. 우리가 투어를 위해 탔던 이층 버스는 , 한국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서울의 야경투어를 했던 때를 생각나게 했어요. 8학년이 되면 한국친구, 미국친구 모두 함께 이곳에 와서 이층 버스투어를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상상만 해도 그 버스는 엄청난 곳이 될 것 같아요.


관광지 곳곳에는 푸드트럭이 가득했는데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많이 보여 저절로 행복해졌어요. 그중에 인기가 좋아 보이는 트럭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힘들었어요. 다행히 트럭 앞에서 춤추는 아저씨를 만나 구경을 하고 아빠는 불려 나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지요. 이렇게 푸드트럭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또다시 구경해도 끝이 나지 않는 곳이었어요.


엄마가 세 번 만에 보게 된 링컨 기념관의 거울 연못은 성조기 하얀줄처럼 거대하게 공원을 가로지르는 모습이었어요. 미국에서 가장 긴 연못이라고 하는데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 사이에 있어요. 거울을 연상하게 하는 연못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이상과 현실을 비춰주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링컨 기념관 계단 중간에는 ‘I HAVE A DREAM’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서 마틴 루터킹 주니어가 평등을 향한 희망에 대해 연설을 했어요. 이 당시 리플렉팅 풀 주변은 청중 들고 가득 찼다고 해요. 수만 명의 희망 에너지로 가득 찬 역사의 현장을 상상해 보니 내 꿈도 이곳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위에 발을 딛고 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어요. 반대편에 있는 워싱턴 모뉴먼트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어서 또다시 지치고 말았어요. 하지만 끝까지 참고 걸어가서 도착한다면 내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걸어갔어요. 사실 중반부부터는 엄마와 아빠께 불만접수를 3분에 1번씩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뿌듯해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여 이번에도 푸드트럭에서 간식을 사달라고 졸라 봤지만 소용없었어요.


그 대신, 무사히 힘든 일정을 마친 것이 기특하다며 제가 좋아하는 해산물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생선이 그려진 식당에 도착해서 주문하기 시작했는데 우리 테이블 담당 아저씨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키가 크고, 영화배우처럼 멋진 분위기의 흑인 아저씨. 우리 가족에게 파란색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모습이 식당과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산물 요리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다 함께 웃었어요. 음식도 맛이 아주 좋았고, 아저씨는 진지하면서도 친절한 농담을 섞어가면서 우리 저녁식사 분위기를 즐겁게 해 주셨어요. 서버 아저씨와 식당 분위기 덕분에 처음으로 버지니아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똑똑해 보이고 격식을 차리는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유쾌하게 잘 웃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어요. 이런 제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이곳에서 옷깃이 닿는 사람은 모두 변호사라는 농담이 있다고 알려 주셨어요. 내가 나중에 변호사가 된다면 이곳으로 와서 열심히 일하고 매일 저녁즐겁게 웃으면서 저녁식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느 때 보다 기억에 남는 저녁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마지막으로 들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주인 할아버지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토핑이라고 하면서 연유를 듬뿍 올려 주셨어요. 아마 할아버지도 제가 열심히 관광일정을 마치고 온 것을 알아채신 것 같아요.

앗! 그리고 한 가지 정보를 드리자면, 우리 가족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크리스털 시티 메리어트 호텔에 머물렀어요. 이유는 호텔에 있는 수영장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구글에서의 후기와는 달리 호텔에 수영장은 없었어요. 한 투숙객이 한 블록 앞에 있는 다른 메리어트 호텔의 후기를 잘 못 남긴 것이에요. 그 당시 저는 너무 큰 실망을 했지만, 체크 아웃을 하면서 시무룩해진 저에게 커다란 초콜릿을 선물해 주셔서 금세 기분이 풀어졌어요. 요즘은 더 이상 호텔에서 수영을 즐기지 않아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그때만 해도 저는 수영장이 여행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 중요했거든요. 호텔을 예약할 때 후기도 중요하겠지만 홈페이지에서 시설을 꼭 직접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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