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은 것도 아닌데...
나는 M의 뺨을 살짝 때렸다. M은 맞은 뺨에 손바닥을 갖다 대며 나를 쳐다봤다.
-뺨 정도 맞아도 되잖아. 죽이지도 않았는데.
M은 입을 삐죽거렸다.
정치적으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태도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내가 가르치는 고객님이 2030 남성의 정치행태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꼴페미멧퇘지년이라고 댓글을 싸는 남자아이들의 모습이 내 고객님과 겹쳐졌다.
-민주노총은 빨갱이집단이라서 싹 쓸어버려야 해요
진지한 M의 말에 나는 아주 크게 웃었다. 보수꼴통 할아버지 입에서 나올법한 말이 10대 남자아이 입에서 나온다. 내가 너무 크게 웃자 M은 히히 따라 웃었다. M의 할아버지가 한 말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시스템이므로 필연적으로 싸움을 동반한다. 싸움을 통해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게 되고 조율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싸움을 환영한다. 싸움을 나쁜 것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싸움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싸움 전과는 다른 차원의 이해다.
윤석열 편을 드는 자들은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 본다. 이해하기 위한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 그 에너지가 아깝지 않다. 그들은 내 아버지고 어머니고 내 고객님이니까. 정치 이야기를 살살 피해 가며 아슬한 평화를 지키고 싶지 않다.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싸우고 감정이 상하고 화를 내고 그 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싶다. 공감할 수는 없다. 공감할 부분은 그들도 답답하겠구나 정도이다.
박정희는 총 맞아 죽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어쨌든 사형선고는 받았으며 박근혜는 탄핵되었고 이명박은 잡혀갔다. 그들이 내세운 대표는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들의 대표도 아니다. 그들은 오랜 세월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온 좇같은 권력의 대표이다.
M은 그들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저지할 수 없다. 앞으로도 그들은 총살. 탄핵. 체포. 구속될 대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윤석열을 잡아서 사형시킨다 해도 또 나타날 것이다. M과 같은 아이들이 쑥쑥 자라 그런 대표를 만들 것이다. 계속 태어나 대를 이어 만들어질 것이다.
내 손자나 사위가 그들이 될 수도 있다. 괜찮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이고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내가 숨을 쉬고 살 수 있으니까. 획일화는 정말이지 견딜 수가 없으니까. 나는 그들과 싸우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국회 앞 집회에서 만난 그들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하자 그들은 나를 향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나는 유쾌하게 웃으며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주먹질을 하고 싶었지만 민주시민으로서 인내심을 기꺼이 꺼내어 썼다.
자라나는 M과 공부하는 틈틈이 정치적 견해를 나누었다. M은 설득되지 않고 나 역시 움직일 생각이 없다. M과 나는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놀라며 때로는 소리를 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