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삼촌의 주식투자
지호삼촌은 지금까지 모은 돈을 모두 찾았다. 백만 원짜리 수표 23장. 이 돈을 벌기 위해 시간과 몸을 제법 소모했다. 지호삼촌은 이 종이들이 바꿀 수 있는 가치를 알지만 그래도 허무했다.
지호삼촌은 폰을 열어 증권사 앱을 깔았다. 여러 단계를 거쳐 계좌가 개설되었고 증권사에서는 축하한다며 100원을 넣어주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그리고 ETF 중에 뭘 살지 고민했다. 인스타와 스레드에서 추천하는 주식을 검색해 보았다. 계속 1등이었지만 요즘은 겁나 핫한 1등인 삼성전자를 사보았다. 하이닉스는 너무 비싸서 왠지 무서웠다. 지호삼촌이 사고 나서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빨갰다.
다음날 앱을 열어보니 몇십만 원이 불어나있었다. 지금 찾으면 백만 원짜리 23장에 추가로 십만 원짜리가 몇 장 더 생긴다. 우와. 지호삼촌은 틈틈이 앱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빨갰다.
인스타와 스레드에서는 계속 올라갈 거다 아니다 너무 심하다 곧 폭락할 것이다 아니다 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아니다 올라갈 거다 내려갈 거다 네가 바보다 내가 바보다 미래는 내 것이다 니 미래는 깡통이다... 시끄러웠다. 지호삼촌은 인스타와 스레드와 증권앱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재미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시뻘갰던 주식창이 순식간에 파랗게 얼어붙었다. 백만 원짜리 23장은 19장쯤으로 줄어들었다. 전에는 없었던 마이너스 기호가 붙어있다. 전쟁이잖아. 전쟁은 길게 갈 수 없을 거야. 미국이라 해도... 지호삼촌은 불안했지만 물타기 할 돈도 없었고 파란 주식을 팔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몇 주 후 지호삼촌이 오랜만에 앱을 열어보자 백만 원짜리 23장은 돌아와 있었다. 지호삼촌은 홀린 듯이 매도버튼을 눌렀고 다시 그 돈을 모두 찾았다. 이번에는 만 원짜리 2300장으로 찾았다. 은행직원은 만 원짜리 2300장을 세느라 계수기를 계속 돌려야 했다. 지호삼촌은 푸른 종이 2300장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까만 비닐봉지에 담았다. 까만 비닐봉지를 냉동실 제일 안쪽에 집어넣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돈은 신선할 때 얼려놔야지.
약간 남은 돈으로 지호와 지호삼촌은 구구크러스터를 사 먹었다. 집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6500원인데 좀 걸어가야 하는 탑마트에서는 5000원이었다. 지호와 지호삼촌은 터덜터덜 탑마트로 걸어가 구구크러스터를 사 왔다.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