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너무 힘든 꿈

by 파로암

-선생님 시간 나실 때 전화 부탁드립니다.


내가 제일 가슴 철렁하는 문자가 왔다. 그것도 현재 공부방 최애의 어머니였다. 다닌 지 오래되었고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그 아이의 가족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알고 있고 툭 찌르면 더한 정보도 술술 불어댄다. 아 얘 나가면 나는 더 심심해지겠구나. 왜 그만두는 거지. 역시 빡센 학원으로 옮기려는 걸까. 아냐. 심화를 더 시키고 싶은 걸지도 몰라. 근데 아직 실력이 안되는데.


전화할 시간이 날 때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20분 동안 머릿속이 와글와글했다.


-우리 애 오늘 학교 마치고 바로 공부방으로 가도 될까요?

-네 그럼요. 무슨 일 있나요?


아침에 울면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등교하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엘리베이터 타기가 무서우니까 학교 마치고 데리러 와달라고.

나는 몹시 화가 나서 전화를 끊고 책상을 붙들고 씨발을 몇 번 외쳤다.


그 전날 아이에게 말했다.

-영화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지켜주고 싶어 하는 그런 거 있잖아. 공원에서 놀고 있는 가족 같은 거. 네 가족이 딱 그런 가족의 표본 같다.

-이히히히 지켜라


활발하고 유쾌한 그 아이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알지도 못한 채 나를 많이 위로해 주었다.


학교를 마치고 공부방으로 온 아이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길래 공부방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 새끼 샘이 죽여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선생님이 감옥 가잖아요. 그럼 공부방 못하니까 안 돼요.

-하 몰래 죽이면 되지

-좋은 생각이에요. 근데 어떻게요?

-나도 몰라. 근데 개 빡쳐!


자력구제는 위험하다.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사회질서를 해친다. 나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꾹 참지만 결국 참지만 그래도 부글부글한다. 엄밀히 자력 구제도 아니고 네가 뭔 상관인데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엉뚱한 방향에서 날아오는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 후회하지 않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하겠지만 이럴 때 망설이는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 소중한 내 고객님을 울게 한 새끼를 포대자루에 넣어 몽둥이찜질을 하고 싶다. 아 정말 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참는다.

아이도 내가 감옥 가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이런 식으로 성추행범이 키워져 왔다고 생각하면 당장 그 새끼를 포대자루에 담으러 가고 싶지만

결국 참는다. 아 참아야 한다.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6학년 비와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