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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을 타나 봐

전형적인 가을로의 내적갈등이 시작된다...

by 소원 이의정

누구보다 빠르게 집안의 모든 일을 마치고 창문을 꼼꼼하게 닫았다. 에어컨을 켠다. 분명 새벽과 저녁은 가을의 바람이 불었는데 청소를 해서 그럴까? 아침부터 여전히 여름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내 마음은 이미 가을이다.


가을만 되면 나의 드라이브 BGM이 되는 이 노래를 공유해 본다. 곧 가을이니까.


https://youtu.be/EIQNCiIZQRg? si=ZY8 rfQl9 AeZu4 ReH


혹시 나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호르몬의 민감성으로 인해 예민해진 신체가 반응하는 것일까? 일명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분이 우울해지는 증상은 가을과 겨울에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일정한 일광량 감소와 함께 호르몬 수준의 변화라고 하는데 이제와 서보니 그런 것 같다. 그동안은 앞만 보면서 내달리다 보니 신체의 여러 변화나 아픔에 대해서 무던히도 모른 체 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참 예민한 신체를 갖고 있었다.


전에는 전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계절변화의 민감성. 봄에는 유독 시니컬하며 예민해지고 여름에는 바보가 됐다가 가을이면 낭만에 취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겨울에는 그냥 동절기 몸을 만들곤 했다. 워낙 분위기를 잘 타다 보니 가을이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누구라도 사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대상은 늘 없었다. 물론 아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이런 싱숭한 마음도 한편에 고이 접어 두었지만 이젠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작년가을부터 다시 살랑거린다.


의학적인 용어로 이런 우울증상을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하는데 우울증의 증상인 이런 신체적인 변화는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 것 등 개선할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난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그저 매해 이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을 예술가로 살어리랏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 싶다는 이 충동을 명치에서부터 끌어올려 내일은 꼭 나가리! 다짐하고 다짐한다.


계절성 우울증이 아닌 계절성 감수성으로 이 가을을 또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느낌을 기대라고 해야 할까? 요즘 들어 부쩍 내 감수성안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 같아 의아하다.


아, 나 가을타나 봐,

네가 그리워진 이 밤

나 혼자 널 기다리나 봐

나 가을 타나 봐

네가 불어오는 이 밤

나 혼자서 가을 타나 봐


사진 출처! 픽사베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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