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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스탄트 Dec 23. 2023

사진을 찍다가...

한쪽을 알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은 건 아니다.

어떤 위대한 사진을 찍겠다고 각오하고 나가지 않을 뿐이다.

그저 내 주변의 한쪽을 찍고 스스로 위안받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뜩 알게 되었다.

지나치던 갈대가 그 순간 더 반짝이고 아름다워

나는 그 순간의 그 갈대를 선택하여 내 마음에 찍어두었다.

온통 말라버린 국화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벌들에게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이는

새초롬하고 아름다웠던 국화를 마음에 찍어두었다.


내 마음에 들어온 그 순간 그 모든 것들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라면 참 신비로운 일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아름답다.

그 순간 그 공기와 온도에서 나와 너는 완벽하게 마주한다.

그런 사진 한 장이 나에게 남아 여전히 빛나는 것이다.


얼마 전 용기를 내서 그의 카카오톡 숨김을 해제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의 프로필을 훔쳐봤다.

마치 내가 볼 것을 알기라도 한 듯 그의 뒷모습이 나와 마주했다.


그런데 그 뒷모습도 너무 아련한 나머지 가슴이 져며왔다.

난 너무도 그에게 해준 것이 없어서

아직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 사진을 보고 있다.


그렇게 사진을 본 후 다시 숨김으로 저장했다.

혹시라도 술김에라도 고장난 손가락이 그에게 말을 걸까 봐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렇게 아름답게 지키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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