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타바코 연기 속으로

그때마다 여유 있는 순간은 있었다.

by 소원 이의정

얇은 종이에 담뱃잎을 살포시 넣고 필터를 적당한 위치에 올리고 돌돌 말아 침을 쓰윽 바른다.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 담배 한 개비를 만든다.

미리 만들어 놓은 핸드메이드 담배를 들고 00 펍 골목으로 들어간다.

붉은 벽돌담에 기대어 쭈욱 빨아 한숨과 함께 뱉어낸다.


유학시절 시내 중심부에 있는 펍에서 일할 때였다. 같이 일하는 태국인 아티스트 언니가 있었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 체격에 비해 커다란 손의 마디에서는 이민자의 녹록지 않은 삶이 느껴졌다.

지하에는 창고가 있었고 1층은 펍이고 2층은 태국 식당이었는데 그녀는 날다람쥐 같이 잽쌌다.

처음 그녀에게 일을 배울 때 나는 기억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났고 한가로운 틈을 타 그녀가 나에게 얇은 롤링 타바코를 권했다.

한대 피우는 그 순간 피곤했는지 머리가 핑 돌았다.


영국은 워킹 클래스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이 롤링 타바코를 만들어 핀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민들이겠지. 아마도 가격이 싸고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담배를 즐겨 피는 흡연가라기보다는 그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어 시도했었다.

담배를 돌돌 마는 시간에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한 대 피우는 순간에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그리던 내 친구도 말아 피우는 담배를 좋아했다.

물론 값이 싼 것도 있었지만 어쩐지 운치 있는 핸드메이드 담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숨을 쉴 공간과 시간.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뱉어 그것이 공기 중에 분해되는 순간 나의 일부분이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아무것도 아닌 나와 시공간 속에서 사라지는 무언가.

그렇게 수많은 들숨과 날숨이 그 장소에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을 들추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과거의 나와 조우할 때 아련한 행복을 느끼나 보다.

내가 수도 없이 거닐던 그 거리에는 내가 없지만 또 어떤 발자국들이 새겨진다.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았지만 결국은 살아남아 이렇게 숨을 쉬고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모든 것들의 속삼임이 문득 연기 같다.

목놓아 울던 매미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귀에 환청처럼 들린다.

괜스레 매미에게 미안해지는 오늘이다.


롤링 타바코는 나에게 그리움이 됐다.

또 살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Image by Ralf Kunz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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