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너무도 이상한 변화...

by 소원 이의정

#8

지금 이 환경은 분명 한국은 아니었다. 약품 냄새가 나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눈을 뜨고 확인해야 하는데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나 어떻게 된 거지? 마지막 기억은 서핑을 하고 있었고... 필릭스랑 같이 이었는데... 그러니까 그 먹구름과 갑자기 쏟아지던 비와... 그리고 엄청난 파도가 나를 덮쳐서. 나 병원인가?'

살짝 눈을 뜨니 필릭스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내 얼굴을 쳐다봤고 살짝 뜬 내 눈과 마주쳤다.

"가은! Are you okay? Dr! 여기요! 환자가 의식이 돌아왔어요."

필릭스는 내 손을 잡았고 나는 그저 두 눈을 뜨고 살짝 미소 짓는 것으로 나의 괜찮아진 컨디션을 표현했다.

의사가 와서 나의 이곳저곳을 살피고는 좀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바닷물을 많이 마셨던 탓인지 입안이 엄청 썼다. 혓바늘이 전부 솟아난 것이 마치 고양이 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필릭스를 쳐다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필릭스 나 물 좀 줘."

"어. 여기 있어!"

필릭스는 나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리고 물을 천천히 마실 수 있게 도와줬다.

'가은 괜찮은 거지? 별일 없어야 할 텐데...'

나는 그의 물음에 천천히 나직하게 "너무 걱정하지 마. 좀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대답해 주자 필릭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가은 뭐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 어... 그랬나? 난 분명히 들었는데..."라고 말하며 흐물거리는 미역처럼 스르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와 머리에 난 상처에 드레싱을 하고 의사는 필릭스에게 지침을 말하는 듯 보였고 급하게 나갔다. 나는 머리에 난 상처가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운이 없어 가만있었는데...

'상처도 심하지 않은데 이 보호자 엄청 오버하네... 남편인가? 잘 생겼네. 국적이...'

나는 분명히 이 간호사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뭐지? 간호사는 놀란 눈을 하는 내가 따끔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웃어 보일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 숨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잠시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창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소파에 필릭스와 닐 그리고 유정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일제히 다가왔다.

"언니! 괜찮아? 몸은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 오늘 출국이라 시간 맞춰 공항에 가야 할 텐데..."

"그렇잖아도 닐한테 소식 듣고 상황 파악하러 와보니 그건 아니라 생각했어. 우선 본사에 연락해서 하루 더 머물러야 한다고 했고 비행기도 내일로 변경했어.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 쉬어."

유정이 많은 일처리를 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고마웠다.


나는 갈증이나 침대 옆 물 잔을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아 아무것도 안 먹고 벌서는 것도 아니고... 이 타이밍에 저녁을 먹자고 해야 하나? 점심도 못 먹어서 배고픈데...'

뭐지? 이 유정의 목소리는. 나는 유정을 쳐다봤다. 유정은 내가 마신 컵을 받아 탁자에 놓고 있었다.

내가 유정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그녀는 내 옆에 가까이 다가왔다.

"언니, 뭐 필요한 거 있어? 조용히 말해. 남자들 나가 있으라고 할까?"

"아... 아니야... 아냐. 그게 아니고 다들 배고플 텐데 저녁 먹고 오는 건 어때? 필릭스랑 닐도 점심도 못 먹었잖아? 나는 시원한 워터멜론 주스 한 잔만 사다 줘."

옆에 있던 유정이 가장 신나 하며 그들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언니는 아무 일 없을 테니 우리 저녁 먹고 와요. 그리고 주스 마시고 싶다잖아요. 빨리 갑시다!"

필릭스가 나에게 다가와 걱정이 가득하다는 눈빛으로 내 손을 다시 잡았다.

"닐, 유정과 같이 저녁 먹고 와. 난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며 닐에게 강력한 눈빛을 발산했다.

'닐 부탁이야. 나가. 천천히 먹고 와.'라고 말하는 필릭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Okay, 그럼 들어올 때 먹을 거 좀 챙겨 올게. 터키? 비프?"

필릭스는 "터키. 단백질 드링크도 좀 부탁해."라고 웃으며 닐에게 카드를 챙겨줬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니 입원실은 조용해졌다.

'가은을 처음 본 순간부터 뭔가 다른 느낌이 있었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필릭스는 소파를 정리하고 내 주변을 정리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가 하는 생각이 들려오고 있었다. 한 숨 자고 나면 괜찮아 질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유정의 생각도 필릭스의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너무도 혼란스러워서 필릭스가 하는 모든 생각들이 소음처럼 들려왔다.

"필릭스!" 순간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그를 불렀다.

"어! 왜!" 그는 급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미안한테 나 지금 당장 커피가 마시고 싶어.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부탁해도 될까?"

그는 더 필요한 게 없냐고 물어본 후 급하게 나갔다. 그의 매너 있는 모습이 고맙기도 했지만 속 시끄럽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필릭스의 생각에서 나오는 소음은 그야말로 아우성 그 자체였다.


나는 편안하게 누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서핑을 타고 있었고 파도와 빛과 같은 어떤 것이 나를 휘감았고 머리에는 살짝 타박상을 입었다. 잠시 의식을 잃었었고 바닷물을 많이 마신 듯했다. 그리고 지금은 상대방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도대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일이 있지 않은가? 그 불가사의한 일 중 하나가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이 현상은 나쁘게 볼 일은 아니었다. 잘 사용하면 나는 앞으로 세상 누가와도 두렵지 않은 초능력자인 것이다.

그렇겠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마침 필릭스가 노크를 하며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 왔다.

커피는 맛있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노력했으나 필릭스의 생각을 들을 수 없었다. 드디어! 한 가지 단서를 알았다. 내가 물을 마실 때 나는 주변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랬구나! 물을 마시고 있을 때는 오감이 민감하게 작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필릭스는 그 단단한 근육질 팔로 나를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가은, 내일 출국할 수 있겠어?"

"괜찮을 거 같아. 회사 출장이라 너무 지체할 수도 없어."

"그렇지... 나는 여름휴가 겸 온 거라 일주일은 더 있을 거야. 그래서 가은만 괜찮다면 내일 출국할 때 나도 같이 갈까 해. 그리고 한국에서 남은 휴가를 보낼까 하는데."

"어?" 나는 그의 계획에 너무 놀라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를 이대로 한국에 보내면 계속 걱정을 할 거고. 마음이 편치 않을 거 같아서 그래. 부디 허락해 줄래?"

"나는 괜찮은데, 필릭스는 일정을 바꿀 수 있겠어? 괜히 나 때문에 그런 건가 해서..."

"가은만 괜찮다면 난 한국에 같이 가는 게 정말 행복할 거야."라고 말하는 그의 밝은 미소는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두 팔을 들어 올려 그에게 안아 달라는 제스처를 표시했다.

그의 목에 두 팔을 감고 살짝 허그를 하던 때에 마침 유정과 닐이 들어왔다. 우리는 허둥대며 그들을 반겼다.

"어! 언니 둘이 뭐야? 지금 내가 본건 뭘까?"

유정이 우리 둘을 놀리자 나와 필릭스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