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이 활짝 피어나다.

by 소원 이의정

#11

나는 동생에게 촬영 일정이 며칠 더 연기 됐다는 카톡을 보냈다. 망설임도 없이 그저 필릭스와 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와의 시간이 며칠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가 더욱 간절했고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다.

이대로 그가 떠나고 나면 내가 다시 그를 볼 수 있을까? 불안감도 들었다. 그와의 시간이 꿈같이 느껴졌다...

전 날 우리는 온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호텔로 들어와 샤워를 하기 위해 샤워부스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적시고 있을 때 필릭스가 노크를 하고 들어 왔다.

나는 그와 샤워를 한다는 생각에 더 야릇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우리는 서로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의 마사지하는 손길은 나를 녹이고 있었다. 그가 내 온몸을 자극하고 나는 꽃처럼 활짝 피어나 그를 향해 열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모든 것을 내 마음속에 저장하고 싶었다.

그의 촉촉한 입술과 부드럽고 관능적인 혀는 내 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우리는 행위예술을 하는 한 쌍의 커플처럼 샤워부스 안에서 따뜻한 물과 함께 하나가 됐다. 그의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참을 수 없는 신음은 나를 자극했고 미끌거리는 서로의 몸은 더욱 부드럽게 한쌍의 완벽한 조각품이 됐다.

서로를 음미하듯 씻겨준 샤워의식은 우리가 에덴동산으로 입성하는 화려한 개막식이었다.


샤워가 끝난 후 그는 드라이어로 내 머리를 말려주었고 바닐라, 화이트 머스크향이 은은한 바디로션을 꼼꼼하게 발라주었다. 나도 그의 몸에 로션을 발라주었다. 넓은 가슴부터 단단한 복근과 골반뼈를 허벅지와 종아리를 어루만져주었다. 우리는 또 참을 수 없는 욕정을 느끼고 침대 위로 바로 쓰러졌다. 서로에게 중독되어 미친 듯이 갈구하고 탐닉하며 뜨거운 밤을 보냈다.

전류에 감전된 듯이 흐르는 환희로 끌어 오르는 신음이 솟구치듯 터져 나왔다. 그 기억이 너무도 강렬하여 잊을 수 없었다.



전 날 사온 화이트와인은 그대로 탁자 위에 있었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필릭스를 영국으로 보낼 수는 없는데,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은데 어딜 갈까?'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침대 옆 소파로 가서 관광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필릭스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곤히 자는 그의 얼굴을 보니 아기같이 평온해 보였다.

씻고 준비를 하고 나와도 그는 꿈나라인 듯 보였다.

나는 포도주를 냉장고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병에 비해 작은 냉장고 때문에 낑낑거리고 있는데 필릭스가 스르륵 일어났다.


"Hi, honey. good morning." 그의 잠이 덜 깬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잤어? 굿 모닝."

필릭스는 양치를 한 후 나를 들어 올려 침대에 살포시 눕혔다.

"필릭스 나가서 좀 돌아다닐까? 내가 갈만한 곳을 몇 군대 정해 놨어."

"그래? 음... 오늘 토요일이네... 흠..."

그는 내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같이 또 알몸이 되었다.

그는 내 몸에 아무것도 걸쳐주지 않겠다는 듯 나의 속옷까지 거칠게 벗겨 멀리 던져버렸다.

그런 후 어제와 달리 내 몸의 다른 부분을 탐색하는 사냥개처럼 핥아대고 흥분했다.

"헉... 헉... 미치겠어. 사랑해 필릭스"

"아! 헉!.. 사. 랑. 해. 가은."


나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 아름다운 감정은 몸도 마음도 눈물 나도록 행복감을 주었다.

팔베개를 해주고 있던 필릭스는 나를 쳐다보며 놀란 것 같았다.

"가은, 아파?" 부드러운 손길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무 행복해서... 이런 느낌이 처음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

"휴우... 그래... 난 가은이 아픈 줄 알았잖아. 그건 좋은 느낌이야. 내가 평생 느끼게 해 줄게."

"(나는 까르르 웃었다.) 진짜? 생각만 해도 행복해."


필릭스와 있을 때는 아무리 물을 마셔도 그의 속마음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진심이었기에 소음처럼 들리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가 하려는 다음 단계의 행동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손발이 척척 맞는 최강커플이 되었다.

토요일을 이렇게 보낸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그를 설득해서 잠시라도 관광을 시켜주고 싶었다.

필릭스를 겨우 설득하여 우리는 광교호수 공원으로 나갔다. 이미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갔고 며칠 사이 초췌해 보이는 그를 위해 한정식을 든든하게 먹였다. 식탁 전체가 이동하는 모습을 아이같이 쳐다보며 신기해하는 필릭스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우리는 그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 쇼핑몰로 들어갔다. 먹을 것들을 사고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한 후 거리로 나와 호텔로 걸어갔다.


"가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너를 만났다는 게."

나는 그의 눈을 쳐다봤다. 연녹색 눈은 밤에는 깊어 보이는 진한 갈색 눈동자처럼 보였다.

"그래? 나도 믿어지지가 않아. 난 누군가를 만난다는 마음에 준비도 없었거든."

필릭스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 키스해 주었다. 그리고 야릇한 미소를 뗬다.

"가은, 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내가 한국에 올 일은 앞으로도 많을 거야. 관광이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야. 그렇지만 사랑을 불태우는 이 시간은 바로 지금뿐이라고. 빨리 들어가자."

"필릭스! 진짜... 짐승이야."

"난 너의 짐승이야. 너는 나의 미녀 공주님이고. "


그렇게 우리는 호텔로 들어와 화이트 와인 한 잔씩을 했고 난 그와의 미래에 대한 환상을 보았다.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이 화려한 꽃을 피우는 광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