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3)

그냥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다.

by 소원 이의정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순간 나는 너무 초라해져!

내 인생을 남자한테 의지하려 하지 마! " 라며 후배에게 조언을 해준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싱그러운 오전에 2시간 코스 둘레길을 걸으며 후배와 이런저런 현재 연애 상태를 점검했었다. 비슷한 면이 있는 우리는 처지도 비슷하여 접근해오는 남자들의 나이도 얼추 비슷했다.

20, 30대에 만나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을 법한 푸릇푸릇한 연애를 하기는 이미 포기한 우리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저것 따지며 사람을 만나지는 못하는 성격인지라 아직도 상대를 믿고 좋은 면만 보려고 하는 순딩이 같은 순수한 아줌마 들인 것이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우리들의 로멘티스트 짝꿍을 애타게 기다리며 미팅에 나가보지만 아니나 다를까 몇 번 만나면 그 환상은 깨져버린다.

나이가 있다고 이미 늙수그레한 뒷방 늙은이 같은 사고방식을 하는 그들과 아직도 나의 짝꿍을 기다리는 우리는 물과 기름같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붙잡고 싶다.


각자 전문적인 커리어가 있는 경력자 여자들이, 높은 이상과 조건을 따지는 것도 아닌데 각자 짝을 못 만나고 있다. 왜 그럴까?

누군가는 기가 세다 어떻다 하는데, 그런 말말말을 믿고 싶진 않고 그저 나를 가꾸고 내면을 다스리다 보면 '서른, 아홉'의 김선우 같은 남자가 나에게도 나타나지 않을까? 믿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몸을 다 바쳐 사랑했던 그 남자.

그래도 내 인생에 그렇게 나를 사랑해줬던 남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인가?

그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해서 그 가치를 알았기에, 난 오늘도 꿈을 꾼다.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야속한 시간을 잘 쪼개서 알차게 써봐야겠다.

할 수만 있다면 애원하고 매달려서라도 내 시간을 돌려달라고 하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아냐~ 내가 더더더 우주만큼 사랑해!"

무선 전화기가 뜨거워져서 귀를 달굴 만큼 통화를 하고 '사랑해'를 연신 주고받아야 끊었던 너와의 통화.

누가 더 사랑하는지를 확인하고 확인하고 결국은 더더더를 끊임없이 외친 마지막 사람이 승자가 됐던 그 밤들. 이후 새벽들까지 예쁜 커플들은 뜨겁게 사랑했다.

그런 예쁜 사랑을 나는 왜 지키지 못했을까? 도대체 나에게 있던 욕심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었던가?

지금 선택하라면 난 '사랑'을 선택했을 것인데, 나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파랑새'를 쫒고 있었던 것이다.

이 우주를 통틀어서 '사랑'을 능가하는 일이 있을까?

그렇게 열렬하게 사랑했건만 그 긴 여정이 끝나버렸던 그날!

두 번째의 여름휴가를 런던에서 보낸 너를 마지막으로 우린 영영 과거의 우리가 아니었다.

수상보트 펍에서 시원한 영국 에일을 한 잔씩 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눈동자에 할 말이 있음을 느꼈는데 그런 말은 아니었다.

두 번째 런던행을 택한 너에게 고맙고 감동받았던 나는 내심 재결합을 원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말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국에 두고, 런던에서 생활하는 내가 걱정이 돼서 왔다는 너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난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내가 더 잘 못했고, 내가 더 미안하다.

난생처음으로 하루 종일 울었다.
너무 어지러워서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나를 원망했다...


그리고 강산이 변하고 아마도 너도 변하고 나도 변했겠지.

그렇지만 늘 고마운 사람으로 내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다.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 준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해 줬던 사람.

나를 웃게 했던 사람.

물론 슬픈 날도 힘든 날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슬프고 힘들었던 날보다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사랑했던 날만 기억난다.

그 사랑이 너무도 순수했기에 그리고 진정한 순도 100%의 사랑이었기에 여전히 빛이 난다.

마지막 회환의 눈물은 죽기 전에 생각난다면 흘리고 싶다.

그 사랑에 대한 미안함이 그때까지도 남아있다면, 정말로 사랑했노라... 웃으며 죽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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