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휴가의 낭만과 일상의 힘

일은 취미로 하고 싶습니다.

by 소원 이의정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신고합니다!


일반 직장인 또는 자영업을 했던 때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 떠나고 싶은 날짜에 여름휴가를 갔다. 사람 많은 곳은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성수기를 피하는 것은 기본, 국내보다는 국외를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을 다녔었다. 살짝 기억을 더듬어본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우선 가고 싶은 나라를 선정하고 에어 bnb 또는 게스트하우스를 만약 여유가 있다면 가성비 좋은 호텔을 잡는다. 다음은 원하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폭풍 검색한다. 주로 교통편, 음식점과 술집 갤러리 또는 핫플레이스 대충 그렇다. 여행 시작 1일부터 뜻밖의 명소들을 발견하면 그것은 운명이다. 계획은 세웠으나 발길 닿는 곳으로 간다.


예를 들면 이렇다. 스코틀랜드를 여행 중이었다. 어디선가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이끌려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로 추정되는 성당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몇몇 사람들이 기도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연주자는 나의 가슴을 울리는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성당 중앙에 앉아 연주가 끝날 때까지 음악을 감상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성당과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연주. 평생 추억 할 수 있는 멋진 장면이었다. 당시의 감정과 느낌을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몇 자 적어 올린다. 아침부터 공복인 뱃속에서 진동음을 느낀다. 성당을 두리번거리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나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이동한다. 성당 안의 레스토랑 발견. 가격도 착하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주말에 먹는 전통 식사라고 한다. 나는 혼자 감탄을 하며 미슐랭 쓰리스타도 부럽지 않은 식사를 끝낸다. 숙소는 정해져 있으나 계획과는 다르게 주변을 탐색한다. 오전부터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경치가 좋으면 오래 머물고 간다.


아하, 그런데 지금은 꿈만 같은 이야기다. 학원일을 하다 보니 짜인 스케줄에 맞춰 계획해야 하고 남들 다 가는 성수기에 휩쓸려야 했다. 10살 아들의 여름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중압감? 아니 엄마로서의 의무 같은 것이 나를 대기줄로 이끌었던 것이다.

첫날은 천안의 유명한 워터파크에서 40분을 기다려 하얗게 불태웠다.

둘째 날은 국립수목원을 가서 여름내 흘릴 땀을 흘리고 왔다.

셋째 날은 청와대에 가서 청운의 꿈을 꾸고 왔다. 셋째날은 정말 과간이었다. 청와대의 규모에 대한 정보를 찾지 않았다. 오랜만의 서울 방문에 들떠 원피스와 굽 높은 힐을 신고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주차하고 청와대까지 언덕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드넓은 청와대를 힐을 신고 걸어 다녔다. 고질병인 왼쪽 발목이 시큰거리고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졌다. 그래도 아들과는 티키타카 장난을 쳐가며 다시 주차장까지 꾸역꾸역 내려갔다. 아... 내 발목.


지키고 싶은 일상의 루틴을 깨고 아주 특별한 여름휴가 삼일은 아들의 귀여운 그림일기에 차곡차곡 쌓였다. 매우 뿌듯하다. 하루 평균 3, 4시간의 운전! 차창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유해 자외선으로 기미는 더욱 짙어지고 다크서클도 짙어진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미모? 한 줌은 과감하게 버려버린다는 각오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아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그림일기를 보며 내심 뿌듯해했다. 비록 발목은 붓고 굳어진 어깨로 만성피로감이 밀려와도 열 살 아들의 여름방학이 의미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은 약국을 들러 액상형 멀티비타민을 꼭 사 먹을 테다.


낭만 빠진 여름휴가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니 행복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