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KBO리그가 개막하기 전, 한 설문조사에서 프로야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진 수치가 발표됐다. 그런데 야구의 인기가 떨어지는 원인가 해결방안에 대한 타깃이 MZ세대로 쏠리고 있다. 어린 연령층이 야구를 보지 않기 때문에 미래가 없다고 지적한다. 당연한 논리다. 그들이 어렸을 적 야구를 보지 않은 채로 성인이 되고, 또 중·장년층이 돼서도 야구에 관심이 없다면 결국 야구의 존재감은 떨어질 것이다. 맞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문제점을 명확하게 지적하지도 못하고, 또 해결책 역시 모호하게만 제시한다. KBO총재 역시 리그 흥행의 키워드로 ‘MZ세대로부터의 야구 인기회복’을 내세웠으나 구체적인 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MZ세대가 야구를 안 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그에 맞는 해결책 또한 고민할 수 있다.
MZ세대를 논하기 전에 ‘집토끼’부터 잡아라
다른 연령층의 사람들은 야구를 예전처럼 좋아하는데, MZ세대만 야구를 보고 있지 않는 걸까? 아니다. 야구를 가볍게(라이트하게) 즐기던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이탈했다. 그들은 각자가 응원하는 팀의 순위 못지않게 야구 한 경기를 보는 즐거움을 중시하고 직관할 때 느끼는 재미에 큰 가치를 둔다. 야구장 안에서 다양한 인프라를 즐기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팀 내 스타 선수 및 관련 굿즈 등 각자만의 이유로 야구를 즐겨왔다. 하지만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기간 동안 자신들의 취미 하나를 잃었다. 다른 스포츠 종목 관람 등으로 이탈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보는 것에 시간을 투자했다. 집 안에 있던 집토끼들이 밖으로 나갔는데, 집에 들어오지도 않은 남의 집 토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아직도 문제점 파악이 덜 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재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MZ세대를 야구로 끌어들이는 법’은 MZ세대를 타겟팅한 해결책이 아니라 라이트 팬을 다시 야구로 돌아오게 하는 법이다. 야구와 관련된 외부 이슈로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어서 빨리 코로나19 이전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응원문화, 치맥 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 선수들이 보다 팬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필수가 된 구단 유튜브를 많은 팬들이 찾아보고 있으며, 선수들 스스로 SNS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좋은 현상이다. 이 밖에 트렌드를 반영한 구단 의류 및 굿즈 제작, 어플과 같은 플랫폼 개발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직 놀랍게도 KBO리그 구단 중 구단 어플이 없는 팀이 존재하니 가야 할 길이 멀다.
야구를 아예 모르는 Z세대, 그리고 E스포츠
그렇다면 MZ세대에 집중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MZ세대 중 Z세대(18세~27세)는 특히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편이다. 이들은 야구를 아예 접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로부터 학창 시절 축구와 농구는 ‘하는 운동’이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Z세대들은 가족들과 함께 저녁 때 모여 TV를 보는 문화를 접하지 않다 보니, 부모님이 보는 야구를 자녀가 따라 볼 이유가 없어졌다. Z세대들이 나만의 채널 선택권을 가지면 그들이 좋아하는 연예 채널, 게임 채널을 시청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와 달리 기술이 발달했고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이지, ‘야구’의 잘못으로 Z세대의 유입이 떨어진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서 Z세대가 좋아하는 E스포츠를 야구와 비교 대상으로 든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대표되는 국내 E스포츠 시장의 경기당 동시시청자수는 몇 십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Z세대들은 어렸을 적부터 이러한 게임을 해왔고, 자신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보는 것은 순리적으로 당연하다. 그런데 E스포츠에서 어떤 점을 어떻게 야구가 본받아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제시된 것이 없다. ‘시청자가 많으면 잘하는 것이 있겠지’라는 논리일 수 있으나, 야구가 E스포츠를 벤치마킹 해야 된다고 느끼면 정확히 어떤 점인지 짚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야구 팬과 E스포츠 팬 간의 ‘팬덤 갈라치기’가 될 뿐이다.
E스포츠가 특별히 무엇을 잘해서 야구 인기가 뒤떨어져 보이는 것이 아니다. 물론 E스포츠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트위치,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플랫폼에서 여러 콘텐츠를 보여주지만, 반대로 말하면 포털사이트 뉴스와 같은 기존 세대 플랫폼에선 접근하기 어렵다. 즉 ‘야구는 왜 어린 팬들을 유치하지 못하나요?’라는 질문과 ‘E스포츠는 왜 중·장년층을 팬으로 만들지 못하나요?’는 같은 맥락이다. 후자를 답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전자 역시 꼭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택하는 MZ세대를 위해
앞서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야구를 처음 접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야기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야구와 같은 스포츠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던 기존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매우 어린 연령부터 콘텐츠를 스스로 택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야구라는 콘텐츠가 10대와 20대 초 연령의 세대를 고객으로 삼고 싶다면, ‘E스포츠를 벤치마킹하자’와 같은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야구와 MZ세대가 동화될 수 있는 틀이 다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먼저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야구 관람이 되야 한다. 예를 들면 일회성으로 야구 경기 개시시간을 학생들의 일과 중 시간으로 맞춘 뒤 지역 학교 학생들을 야구장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MLB에서는 실제로 밀워키 브루어스를 비롯한 구단들이 평일 낮경기에 지역 학교를 야구장으로 초청한다. 야구장 앞 주차장에 스쿨버스 수십대가 놓여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구단 차원에서 학교에 방문해 야구교실을 열 수도 있고, 대학생들이 모인 야구관람 동아리 등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있다. 콘텐츠를 직접 취사선택하는 MZ세대를 사로잡고 싶다면, 그들에게 ‘야구’가 먼저 투자를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 및 학생들이 ‘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MZ세대에게 있어 E스포츠와 야구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직접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단순히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지고 캐치볼 체험을 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주말에 학생들이 성인들의 사회인야구와 같이 실제 경기를 해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연식 야구도 좋고, 티볼도 좋다. 사회인야구에서 쓰는 ‘용병 게임’은 사회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학생들에게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하는 야구’의 매력을 느낀다면 장비를 구입하고, 돈을 주고 경기를 더 많이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야구’를 접해본 MZ세대의 비율을 늘린다면, 야구장으로 직접 이들을 오게 할 진입장벽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본 칼럼은 <야구공작소>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