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뉴스를 보다보면,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코너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AI 등으로 편집을 거치다보니 이용자들이 많은 뉴스를 별도로 분류한 것이다. 포털사이트가 어떤 식으로 편집을 하고 앞으로 여러가지 생길 변화들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얘기했으니 오늘은 그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갈까?
요즘 스포츠 현장기자들은 외부인들로부터 '기레기' 이야기를 지겹게 듣는다. 조회 수에 집착해 뻥튀기된 내용들이 섞여있고, 기자의 추측성 내용이 듬뿍 담긴 글들이 외부로 출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이 어찌됐던, 결국 포장지를 뜯고 싶게 만든 글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 네이버 스포츠 야구섹션에 들어가서 본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랭킹은 아래와 같다.
10개의 글 중 내용이 파악되는 제목이 몇 개가 있을까? 첫 단어에 핵심 내용이 들어간 것은 9위로 선정되어있는 "푸이그 살 쪄서 못치는 것 맞다" 정도로 보여진다. 나머지 9개 기사는 글귀들이 수식하는 주어와 핵심내용이 무엇인지를 숨겨놨다.
1위 뉴스로 선정된 ['팬들이 뿔났다?' 은퇴식에 등장한 트럭시위] 제목은 킬링 키워드인 '은퇴식'과 '트럭시위'를 제목 안에 껴맞춘 것이다. 은퇴식 때문에 벌어진 트럭시위가 아니므로 두 가지 키워드는 개연성이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기사를 클릭하기 전 까지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위 아래에 있는 기사들도 결국 '입대', '억대 연봉', '157km', '김도영-문동주', '천재 3루수'와 같은 자극적 키워드를 내세워 자신의 기사를 포장해 홍보했고, 독자들을 끌어모았으니 목적은 분명히 달성했다.
클릭만 하면 돼, 내용은 상관 없어 운영
왜 이런 제목이 70%가 넘을 정도로 판을 치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조회수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생긴 조회수는 곧 각 언론사의 수입으로 직결된다. 아웃링크가 아닌 인링크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간단위로 나누어 조회수 대비 인센티브가 CP사에게 제공된다. 그러니 언론사 입장에서는 허위사실을 작성하는 정도의 내용만 아니라면 '클릭만 하면 돼' 마인드로 기사를 생산하고 유통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사 입장에서는 조회수를 이끌어낼만한 소재를 기자에게 작성하기를 요구하고, 또 같은 기사라도 특정 내용을 부각시켜 최대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키워드를 제목에 달게끔 유도한다. 동일한 현장에서 같은 경기를 취재하고 인터뷰를 해도 결국 '포장 싸움'에 언론사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다. 언론사 스스로도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포털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세상 밖으로 단번에 표출할 창구가 없으니 현실에 맞게 '먹고 살자고' 하는 방식인 것이다.
일괄적 큐레이팅의 문제, 트렌드는 바뀐다
지금 포털사이트 내에서 보여주는 기사 제목은 '독자의 흥미 유발'이라는 허용 범위치를 넘어섰다. 이렇게 과도한 제목싸움은 아마도 포털사이트의 뉴스 운영 정책이 달라지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사 스스로 자신들의 기사를 제목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플랫폼 홍보에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좋은 플랫폼은 곧 양질의 기사가 꾸준히 생산되어야 하므로 향후 낚시성 제목의 기사는 자연스레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포털사이트가 하고 있던 일괄적 뉴스 큐레이팅을 어떤 집단 혹은 개인이 맡게 되느냐에 따라 변수는 있다. 하지만 신규 플랫폼에서 뉴스 큐레이팅을 한다고 하면 그 역시 자신들의 큐레이팅 실력을 뽐내야 하기 때문에 양질의 기사를 찾아서 독자들에게 공급할 것이다. 또한 커뮤니티에서 기사 내용과 관련된 의견이 오가며 독자 유입이 늘어난다고 해도, 뻥튀기성 기사는 독자들이 스스로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내용이 아닌 '기사의 퀄리티'에 관련된 쓸 데 없는 논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예전에는 독자로 하여금 제목을 통해 어떤 기사인지 유추하게끔 써놓은 것을 보면 불쾌한 기분부터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많은 매체에서 포장한 제목을 달고 있기에, 이제는 내려놓고 바라보고 있다. 언제까지 독자들이 이러한 형태의 뉴스를 접해야 할까. 모두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를 바꿔야 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