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로 대표되는 국내 포털사이트에 큰 변화가 찾아올 지도 모른다. 최근 민주당이 '포털뉴스 개혁'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위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두기는 했지만 큰 틀에서는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세부 사항이 조율된다면 이견 없이 통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법안 하나로 매우 많은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 삶과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뉴스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포털뉴스 개혁 법안의 의미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포털뉴스 개혁 법안의 주요 내용 중 아래 3가지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1번부터 살펴보자. 포털사이트가 알고리즘에 따라 기사 추천, 배열, 편집을 못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선 현재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AI기반 기사 추천도 모두 못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스포츠 섹션에는 아직 구독한 매체만 뉴스가 보여지는 형태가 아닌 과거 일괄적 기사 제공 시스템에 따라 CP사의 기사들이 배치되는 형태였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없어진다. 오로지 개인이 보고 싶은 언론사의 기사만(제목) 볼 수 있게 된다.
1번을 통해 제일 큰 변화는 앞서 언급한 '네이버 스포츠' 화면이다. 이곳에서 보여지는 뉴스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이 자리를 영상,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및 기타 콘텐츠가 채울 가능성이 높다. 만약 뉴스를 구독하는 화면을 별도로 만들어 놓을 경우 개인이 설정한 언론사의 글 제목은 보여질 수 있다. 포털 사이트 NATE, ZUM과 같은 사람이 수동으로 기사 배치를 하는 곳 역시 예외없이 모두 포털 화면에서 본인들이 배열한 뉴스를 노출할 수 없다.
두 번째, 포털 제휴 언론사를 차별하는 행위가 사라진다. CP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CP사라고 하면 포털에서 제휴를 맺어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 간에도 서열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최상위 그룹을 뜻한다. 이들은 별도의 검색 없이도 포털 메인화면 등에서 뉴스가 노출되고, 당연히 조회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CP사의 혜택은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언론사의 레벨을 나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라고 본다면, 그 뜻에는 맞는 방향이라고 보여진다.
2번 내용이 통과되면 포털사이트에 제공되는 뉴스 제목들은 '계급장'을 떼고 언론사명과 제목만으로 클릭경쟁을 해야 한다. CP사들에게 제공되는 뉴스 섹션과 인링크 페이지가 없다는 것은 결국 각 언론사들에게 돌아가는 조회수 파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20명이서 나눠먹던 CP용 페이지를 이제 그냥 메인 페이지에서 100명 혹은 그 이상이 나눠먹어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지고 구독자층이 탄탄한 언론사 A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 A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향후에도 포털시스템 안에서 구독을 할 것이기에 큰 타격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당히 잘나가는 온라인 언론사 B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들에겐 이번 법안 발의가 매우 치명적이다. 군소 온라인 언론사이자 검색제휴로만 포털에 뉴스를 공급한 언론사 C는 B를 잡을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군소 온라인 언론사는 더 많다는 점을 향후에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인링크가 없어지고 아웃링크 의무화 관련은 아직 세부적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어보인다. 국민의 힘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점진적 의무화라고 단서 조항을 달았기에, 일괄적으로 모든 페이지가 아웃링크화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단, 아웃링크가 의무화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보면 매우 재밌다.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뉴스를 보게 된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뉴스 하나를 보기 위해 3~5개의 광고 페이지를 닫아야 한다면 괜찮지 않다. 단순히 뉴스 하나를 보기 위해 기존보다 3~5배의 클릭을 더 해야 한다. 그 광고들 중에는 성인용 광고들도 심심치 않게 포함되어 있다.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더 많은 품을 들여야 하는데, 과연 이 체제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2번에서 '각 언론사들에게 돌아가는 조회수 파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는 데 있어 아웃링크는 꽤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언론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자신들의 홈페이지 안으로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썩 나쁘게만 보여지진 않는다. 포털사이트가 차지할 뷰 수를 언론사들이 직접 가져갈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들이 직접 홈페이지 내 광고를 유치하고, 소비자들을 홈페이지 안에서 다른 콘텐츠들도 소비할 수 있게끔 준비를 잘 한다면 또 다른 그들의 수익원이 될 여지는 있다. 물론 앞서 2번에서 말한대로 계급장을 떼고 치열한 경쟁을 뚫었을 때 이야기다.
국내 포털사이트 규제는 역차별?
이러한 규제가 국내 포털사이트에만 적용돼 오히려 구글이 떡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것도 꽤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구글에 키워드를 검색한 뒤 뉴스 탭을 누르면 현재 포털사이트만큼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뉴스를 선택해 볼 수 있는 형태로 나와있다. 어쨋든 뉴스를 보고 싶은 자는 '검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뉴스가 있을까'라는 사고 과정도 거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현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글은 적어도 선택적으로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만일 구글이 이를 이용해 언론사들과 협의를 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걱정은 하는 것 아닙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이미 어느정도 자신들의 플랫폼 인기를 꾸준히 유지할 방법을 다각도로 찾는 중이었다. 가령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뉴스가 없어진다고 해도, 사람들을 끌어모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스포츠 섹션의 경우 스포츠 중계와 하이라이트를 제공하는 이상 꾸준히 소비자 층을 만들 수 있다. 그 밖에도 네이버TV, 네이버쇼핑 라이브, 유료구독 플랫폼 프리미엄콘텐츠, 파워블로거보다 진일보한 인플루언서, 포스트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아직 이것들이 나에게 잘 노출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져도 괜찮다. 뉴스가 없어지면 이것들이 더 잘 노출되는 곳에 있을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어찌 보면 네이버보다 상황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선 네이버와 쉽게 경쟁하기 힘드니, 카카오톡 플랫폼을 무한하게 확장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 채널을 통해서 일상의 대부분 영역에 관여하고 있어 이들이 이곳을 떠나는 것은 잘 상상이 되질 않는다. 또한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카카오뷰'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뷰는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링크화 시켜 일종의 '끌올'을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고급화된 블로그 '브런치'를 운영 중이고, 카카오TV를 카카오톡에 스며들게끔 영역을 점차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뉴스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로?
뉴스를 보기 위해 포털사이트 페이지를 들어간 사람들은 그렇다면 앞으로 어디로 몰리게 될까? 구독 시스템이 중요도 순으로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동안 뉴스에 한해서만 네이트로 봤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막힌다니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모아주는 플랫폼 혹은 개인 페이지가 있다고 가정하면, 아마 꽤 많은 인기와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앞서 언급한 다음카카오 플랫폼 '카카오뷰'를 통해 개인채널들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특정 키워드의 뉴스를 모아서 제공할 수 있다. 만약 그 개인채널 A가 '편집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채널구독이 늘어난다면? 개인이 예전 포털사이트의 편집 역할을 직접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채널들이 꽤 많다. 카카오뷰 뿐 아니라 그 어떤 사이트 및 플랫폼, 커뮤니티에서도 개인이 스스로 뉴스 편집을 잘하면 그것이 돈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정확하게는 '구독자 수가 많은 플랫폼'의 수입원이 늘어날 것이다.
주식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텔레그램' 역시 하나의 예시다.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장에 대응하기 위해 텔레그램방에서는 주식에 영향을 주는 뉴스들을 무한정 제공한다. 대신 그 클럽에 가입하기 위한 구독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제 일반 뉴스를 누구보다 빠르고 필요한 뉴스를 편리하게 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별도의 구독을 해야할 수도 있다.
한 문단 요약 : 트렌드 변화는 예정된 결론
이 법안 제정을 통해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과거로 회귀해 지면 신문을 들여다 보고, 방송 뉴스를 챙겨볼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의 뉴스편집 역할을 강제로 제한했으니 법의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개개인들이 이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파워블로거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고, 이미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커뮤니티 및 개인플랫폼의 가치는 꽤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사람이 모인 곳에서 돈은 굴러간다. 앞으로 현대인들이 뉴스를 보는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