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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Jun 13. 2022

전 세계 야구 무형문화재, 고유명사 고시엔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을 읽고


고시엔은 분명 야구 대회의 이름이지만, 가지고 있는 문화와 역사적 의미가 너무 커 야구라는 글자 안에 담기 어렵다. 그래서 고시엔은 일본프로야구보다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야구 팬들에게 하나의 '고유명사'로 남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고시엔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2022년 현 시점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가 됐다. 야구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인정해주며 굳이 발달된 기술 등을 통해 그 가치를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추첨과 가위바위보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은 잠시 우리가 20세기 야구를 보러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인가 착각하게도 만든다.


낭만야구라 부르지만 제3자 입장에서 놀랄 이야기들도 종종 들린다. 150구 가까이 되는 선발투수의 혹사, 연투 이야기는 고시엔 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관중들의 함성과 일본 전역의 스포트라이트들에 의해 많이 미화된다. 우리나라에선 일찍이 논란으로 비춰진 부분이고 현재 개선되고 있지만, 일본은 다르다. 고유명사인 고시엔은 단순한 고교야구가 아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유망주의 관리가 아닌 현재를 집중하는 한국시리즈 7차전에 올라간 투수와 같은 인식을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야구의 지향점은 고시엔과는 거리가 좀 있다. 개인적 취향상 일본야구보다 미국야구를 선호하고, 스포츠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성도 아메리칸 스타일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경기장에서 보지 못한 고시엔의 문화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일본 내에서 고시엔에 대한 평가 등을 전반적으로 책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좋은 경험이었다.


고시엔 문화가 이대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개혁을 위해 하나의 균열을 잘못 냈을 시 현재의 영광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본 전역의 열화와 같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고시엔 무대의 중계권료를 받지 않는 이유와 고시엔 구장 임대료를 내지 않는 이유가 고시엔의 '순수성' 때문이라니. 그들의 몸집이 절대 작지 않기에, 이는 일본 전체의 문화 산업을 위해서라도 썩 좋은 방향은 아니다.


순수성이 만든 모순점은 또 있다. 일본 야구 인프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만큼 밀도가 높게 잘 형성되어있다. 고시엔을 우승하는 것은 한국에서 봉황대기 우승하는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영광이다. 우리는 통상 이런 형태를 '엘리트야구'라고 부른다. 그들이 일과 중에는 수업을 다 듣고 일과 후 야구를 한다고 엘리트야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학생이라는 순수성 틀에 갖혀 경쟁 체제도 순수성의 일부라고 얘기해선 안된다. 


일본은 야구가 '국기'라고 불린다. 한국은 야구 팬들에겐 애석하지만 야구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일합을 다툰다고 전반적인 야구 수준이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큰일난다. 일본은 사회인야구 대표팀으로 아시안게임을 출전하는 국가다. 이런 국가와 우리를 직접적으로 비교해 벤치마킹 요소를 찾는 것에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늘 하는 말이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스포츠에 미쳐있는 나라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양으로 팽창해 스포츠 강국이 된 나라다. 


3년 전이었던 2019년 5~6월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혼자 여행가더라도 오사카에서 고시엔과 일본프로야구를 모두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계획을 접은 일이 있다. 이번 책을 읽고 다음 기회가 된다면 관람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고시엔 문화는 마치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꼭 한 번 들러봐야할 스팟처럼 오래 보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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