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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Feb 22. 2023

영화가 아닌, 도서 '머니볼' 리뷰


몇 달 전 일이다. 구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니볼 관련 주제가 나왔다.


"요즘 데이터팀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의 2/3가 머니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게 언제적 일이야? 20년 전 일이야." 


20년 전 이야기인 머니볼을 통해 야구 데이터에 대한 눈을 떴다고 말하는 지원자들은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은 친구들이라고 분류한다는 뜻이다. 나도 동의한다. 책 끝머리에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머니볼 신화를 통해 야구 구단들의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고, 지금은 더욱 세밀하고 고도화된 야구 정보와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머니볼 스토리가 고스란히 또 한번 프로야구 세계에서 나올 일은 없다고 본다.


20년 전 빌리 빈의 오클랜드가 '가성비' 선수들을 끌어모을 수 있던 것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정보들을 통해 저평가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요즘 프로야구를 보면 수많은 데이터들을 꺼내와 이 선수 저 선수 분석한다. 틈이 없다. 평가 요소에 있어 구단 별로 차이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해당 선수에 대한 몸값이 정도 이상으로 떨어지면 언제 저평가했냐는 듯 너도나도 선수 영입으로 전환한다. 그만큼 20년 전 29개의 MLB팀 처럼 넋놓고 당하지는 않는 것 같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번 2023시즌을 앞둔 FA시장에서 승자로 분류된 롯데 자이언츠는 시장에서 엄청나게 저평가된 H 선수를 품었다. 알려진 보장액은 3년 18억에 불과하다. 그동안 보여줬던 것처럼 야구 외적인 문제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10승은 따와줄 투수라고 몇몇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생각보다 적은 보장액수에 계약했다고 결론이 나니, 그때서야 무릎을 탁 치는 타 구단들이 나왔다. 만약 이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처럼 '야구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롯데는 영입을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실력엔 의심이 없는 선수기도 하다. 어쨋든 FA로 영입한 선수기에 '공짜'라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저평가 선수를 통해 롯데가 도약한다면 분명 머니볼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같은 정보, 한정된 예산, 계획적 머니볼

구단을 운영하는 방식이 점점 더 구체화되가고, 팀 플래닝도 세밀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한 선수의 가치만을 판단해 팀 전력을 측정하는 시대는 넘어섰다. 좋은 선수들의 나이는 몇 살이고, 서비스 타임은 얼마나 남았는지, 또 앞으로의 프로젝션은 어떻게 될지 체크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전성기 구간에 다다른 육성 선수들이 궤도에 올랐을 때, 추가 FA 영입을 합쳐 정상에 도전하는 연도별 플래닝까지 모두 미리 준비가 된다. 이것을 잘하는 메이저리그 팀들은 지난 몇 시즌 동안 줄곧 상위권의 위치를 오래 지켜왔다.


남들이 미리 준비하지 않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가지고 있는 것. 우리 구단에 필요한 부분은 먼 미래의 일이라도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대비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대화되고 진보된 구단의 또 다른 머니볼 업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가 보는 야구에서 정보의 미개척지가 있을지 궁금하다. 이미 수없이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매일 같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트레이닝, 심리치료, 습관, 야구장비 등등 아직은 정보의 차이를 줄 수 있는 영역이 남아있다고는 생각한다. 물론 이 마저도 숫자를 통해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로봇이지 사람일까 싶지만. 아 참, 로봇이 대학 과제도 해주는 마당에 머지 않아 일상적으로 야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정말 현실로 데이터화해서 볼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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