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행 시리즈
당신이 구장 투어를 해야 하는 이유 ep.2
야구장이 방문객들에게 만들어줄 수 있는 추억은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재미있는 야구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매년 150경기 정도 치르는 동안 매 순간 야구 팬들을 유혹할 수 없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계속 끊임없이 관중 유치를 위한 마케팅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스포츠 여행을 하는 데 있어 꼭 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면, '구장 투어'를 추천하고 싶다. 구장 투어는 말 그대로 구장의 곳곳을 구단 가이드와 함께 탐방하고 그 구단의 여러 기념적인 장소나 전시물품 등을 구경하는 것이다. 또 구장 투어의 티켓 가격에 따라 불펜이나 더그아웃 등도 직접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다.
LA다저스의 홈 구장 다저스타디움 구장 투어는 LA에 방문해 야구장에 가볼 의향이 있는 관광객들에겐 단연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다. 티켓 구입은 LA 다저스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할 수 있다. 구장 투어는 한국에도 서서히 보급되어지고 있는 과정이지만, 혹시 한국에서 구장 투어를 해봤다고 '그 수준이겠지'라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일단 프로그램부터 다양하다. 구장 투어 티켓 가격에 따라 투어 시간과 코스부터 다르다. 관광객이라면 혹은 야구 팬이라면, 약 10명으로 제한된 50달러짜리 고오급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다. 진짜 그 가격의 값어치를 하니까.
다저스타디움 구장 투어는 구단의 역사 전시관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는 프로야구 역사가 약 40년 됐지만, 미국은 훨씬 더 길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전시 물품이 있다. 단순히 기간만 길다고 볼 거리가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만큼 구단에서 보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러가지 기념 물품들을 꼼꼼히 모았고, 그것들을 계속해서 새로운 야구팬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반복해 완벽한 선순환을 지속했다고 볼 수 있다. 50년 전의 라인업카드, 기록지, 1900년대 초반에나 볼 수 있던 여러가지 그림과 사진들, 전설로만 불려지는 선수들의 물품 등. 휘황찬란한 메달과 트로피 등도 끊임없이 전시되어 있다. 괜히 '명문'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전시 물품들 뿐 아니라 구장 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들을 많이 방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장의 불펜에 방문해 직접 운동장 흙과 잔디를 만져볼 수 있고, 더그아웃 안에 들어가 무려 야구장 1층 1열 뷰를 만끽할 수도 있다. 사실상 선수 라커룸을 제외하고 모든 곳들을 적어도 지나가며라도 볼 수 있다.
선수 라커룸이 사실 제일 궁금했지만, 입구까지만 가서 안의 내부를 볼 수 있었고 직접 들어갈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인상깊게 생각했던 포인트는 또 있다. 새롭게 별도의 공간에 선수 라커룸을 만들면서 구장 개관 때부터 존재하던 라커룸을 전시 공간으로 보존시켰다는 점이다. LA 다저스 구장투어를 하면 몇십년 전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던 라커룸을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야구장을 단순히 '야구만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공간이 넓지 않으면 이 모든 구장 투어를 절대로 기획하고 팬들에게 제공할 수 없다. 이런 것이 진짜 야구 팬 유치를 위한 올바른 '투자'다.
관광객 시점으로 마지막 보너스. 구장투어 티켓 가격에 따라 지급되는 구단 기념품이 있다. 컵과 컵받침, 필기구 등을 선물로 받았다. 이 기념품이 한정판은 당연히 아니지만, 구입하기 위해서는 구장투어 티켓 가격에 준하는 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사실상 받는 기념품으로도 '본전'이 가능하다. 이게 무슨 비즈니스일까? 싶은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 명의 새로운 팬이 생긴다면, 그 팬으로부터 파생되는 마케팅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의 야구관람은 단순 야구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