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행 시리즈
왜 Yankees가 명문이냐구요? / 양키스 ep.10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DC지만, 우리나라의 서울처럼 실질적으로 북적이는 도시는 단연 뉴욕이다. 미국 여행을 할 때도 뉴욕을 빼놓고 여행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실제로 볼 거리도 굉장히 많다. 스포츠도 물론이다. 어떤 계절에 뉴욕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전미 4대스포츠 중에 대부분을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상상한 그 순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기억과 추억을 남겨올 수 있다. 남들처럼 뉴욕에서 멋진 파티를 하거나 혹은 대단한 오페라, 뮤지컬을 보지 않았음에도 스포츠 여행으로서의 뉴욕은 매우 인상깊게 남은 도시 중 하나다.
뉴욕 양키스는 단연 전미 프로스포츠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클럽이다. 엄청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단순한 프로스포츠 야구단 그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뉴욕 양키스의 야구를 보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뉴욕 양키스의 모자를 쓰고 다닌다. 그만큼 인지도가 높고,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명문이다.
뉴욕 여행을 오면 뉴저지나 맨하튼, 브루클린, 퀸즈 등에 숙소를 구하게 될 것이다. 뉴욕에 방문한 두 번 중에서 여름에는 맨하튼, 겨울에는 퀸즈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뉴욕양키스 여행을 기준으로는 맨하튼이 좋다. 경기장은 맨하튼의 한참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뉴욕의 북쪽에는 그 유명한 '할렘'이 있다. 우리가 아는 그 할렘 맞다. 동네 분위기가 다소 여행객에게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맨하튼이나 기타 다른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다.
맨하튼에서 양키스 스타디움에 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지하철로 환승 없이 바로 양키스 스타디움까지 갈 수 있다. 단, 뉴욕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만큼이나 복잡하다. 시설적으로 당연히 쾌적하지 않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뉴욕 지하철은 정말 여러 의미로 복잡한 것들이 많다. 가령, 뉴욕 지하철은 대합실이 없는 경우가 있다. 즉 출구를 내려가면 곧바로 승강장 플랫폼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는 출구에 따라 내가 타는 지하철 방향이 정해진다는 것이고, 이를 처음에 혼동하면 괜히 헛된 돈을 쓸 수 있다. (들어갔다 다시 나와야 하니까) 우리나라에도 일부 경전철 등에서는 대합실을 없애고 최적화된 운영을 하고 있지만 내부에서 얼마든지 통로 등을 통해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게 했다. 그런 디테일은 미국에서 바라면 안되긴 한다. 꼬우면 자차 타던지~
그렇게 도착한 양키스 스타디움 앞. 미국 야구장들이 대체로 내부에 들어가면 갖춰놓은 스케일에 방문객들을 깜짝 놀래켜 주곤 하는데, 양키스타디움은 달랐다. 외관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인상적이었다. 날씨 좋은 날 때묻지 않은 하얀 자태를 하며 서있는 양키스타디움은 마치 신전 앞을 온 듯한 느낌을 줬다. 고상한 건축물과 같았다. 외관만 보면 이 곳이 야구장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 꼭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메디스스퀘어가든 등과 함께 방문해볼만한 곳 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뉴욕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내 마음에 든 사진을 건지기도 했었기에.
신전처럼 느껴진 양키스타디움
외관만큼 놀라운 것은 실내였다. 바깥에서부터 하얀 건물이 눈을 사로잡았다면, 구장 안도 마찬가지였다. 햇빛이 은은히 들어와 밝은 느낌을 받았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천장 높이가 인상적이었다. 보통 우리나라 구장들은 창원 NC파크를 제외하고는 1층부터 위로 쌓는 구조다보니까 일반 관중 입장이 2층 그 이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높은 천장을 구경할 일이 없다. 그런데 양키스타디움은 달랐다. 높이면 높이, 넓이면 넓이 뻥 뚫려있는 구장 복도 구조가 이미 대단한 랜드마크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줬다. 신전에 가본 적은 없는데, 내가 책에서 본 신전은 뭔가 이런 느낌일 것 같은. 아니면 타지마할?
휴스턴과의 매치였기 때문에 표 값이 비싼 편이었다. 각오는 했다. 어떻게 보면 보스턴 팬웨이파크보다는 싼 것에 겨우 만족했을지도. 가장 꼭대기 4층 GRAND STAND 좌석에서 관람을 하게 됐는데, 경기장 꼭대기에서 바라본 야구장 뷰도 환상적이었다. 야구장 그라운드의 크기는 모든 야구장들이 비슷하지만, 양키스타디움은 그라운드가 아닌 공간 구석구석을 아끼지 않았다. 꼭대기층은 미국에서는 '당연히' 복도와 관중석이 별도로 분리되지 않았고, 어느 포인트에서도 관람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놨다. 또 관람석 이외에도 충분히 만들어놓은 펍들도 눈에 띄었다. -
웅장했다. 양키스 팬들의 열기의 원천은 이런 '근본'있는 경기장 때문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특별한 조형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장 형태가 돔으로 지어진 곳도 아니다. 그럼에도 명문팀을 감당할만한 명품 구장이라는 인식이 들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날씨도 참 좋아서 사진들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MSG에 이어서 뉴욕에 대한 도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준 기억에 남을 양키스타디움이다.
P.S
양키스 팬덤은 타팀 팬이 보기엔 악명높을 정도로 독하다. 그래서 휴스턴 유니폼을 캐리어에 고이 넣어둔 채 방문을 하긴 했었다. 모자도 쓰지 않았고.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휴스턴의 짜릿한 승리만으로 충분했다. 뭐 코스프레 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