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행 시리즈
우리도 뉴욕이다 시티필드 / 메츠 ep.12
뉴욕 여행을 가보면 느낄 수 있지만 뉴욕은 생각보다 되게 크다. 서울로 빗대서 생각한다면 맨하튼은 4대문 내 옛날 한양과 같은 느낌이고, 볼거리들은 주위에 많이 흩어져있다. 야구장도 그렇다. 양키스타디움은 맨하튼에서 한참 북쪽에 위치해있고, 오늘 이야기할 뉴욕메츠의 홈 구장인 시티필드는 동쪽으로 꽤 떨어진 지점에 들어서있다.
시티 필드를 가는 법은 맨하튼에서 지하철로 약 30분정도 이동하면 끝이다. 당연히 역 앞에 구장이 있기 때문에 뉴욕에서는 '뭐 타고 가야하나'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방문 당시의 시티필드와 2023년 초인 지금 위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 이유는 건축물의 변화가 아닌 구단의 입지가 사람 한 명에 의해 천지개벽을 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뉴욕 연고로 하는 야구팀은 당연히 양키스를 먼저 떠올린다. 농구는 브루클린 넷츠가 '뉴욕' 명칭을 사용하지 않아서 조금은 다른 인식을 주는데, 뉴욕 메츠는 확연한 아류 느낌을 줬다. 양키스 팬들이 라이벌리로 인식하지도 않았을 정도니까. 그런데 2년 전 이 곳의 구단주로 부임한 스티브 코헨은 뉴욕 메츠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무기는 바로 '돈'이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스티브 코헨은 구단에 1조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1억 아니다. 1억이 10,000번 모인 1조 맞다.
그야말로 부자 구단이 되었다 보니, 뭔가 시티 필드에 다녀왔던 옛 추억이 더욱 가치가 높게 느껴진다. 짜놨던 스케줄에서 시티 필드는 거의 마지막 순서였다. 미국을 한바퀴 돌다시피한 일정에서 막바지였다보니 만사가 귀찮았다. 보스턴 때는 자다가 1경기를 못 보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그래서도 시티 필드 방문 때는 나의 편안함을 조금 더 추구하기로 했다. 일반석이 아닌 별도의 고급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을 구입했다.
외관부터 이뻤다. 물론 날씨가 말도 안되게 좋았다. 한국에서는 구름이 많다보니 애국가에 나오는 것처럼 가을 때가 아니면 구름조차 없는 맑은 하늘을 볼 기회가 적었는데, 이 날은 바로 그런 날씨였다.
뉴욕 메츠는 이미지에 비해 실속이 없는 성적을 보여왔다. 이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라고 할 수 있었던 제이콥 디그롬은 출전하면 무적이지만, 자주 아팠다. 162경기를 치러야 하는 메이저리그 시즌에서 부상은 치명적이다. 그러다보니 '뉴욕 메츠에는 수맥이 흐른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생각보다 나오지 않은 성적, 딱 그정도의 인기만이 쫓아왔다. 물론 코헨이 부임한 지금은 그 수맥을 돈으로 극복하려는 과정이다.
줄이 꽤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별도의 출입문으로 입장할 때의 기분은 늘 짜릿하다. 나만 특별한 손님이 된 느낌이니까. 이건 꼭 미국에서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별도의 게이트로 들어갈 때의 뭔가 모를 기분좋음이 있다. 이런게 쓸데 없이 나를 스포츠판에 붙잡아놨던 것인지도 모르겠고.
내부의 라운지는 경기당 4만명이 들어오는 미국 야구장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아늑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오픈된 라운지 로비와 휴식 공간이 제일 먼저 반겨줬다. 라운지에는 스낵바와 같은 공간들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무료가 아니었다. 잠깐이나마 무료일줄 알고 기대했다가 약간의 아쉬움. 사실 스낵바가 무료였다면 일반석 갈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에 이해한다.
탁 트여서 밖으로 나온 공간 뷰도 멋졌다. 미국 야구장 돌때마다 느끼는 점은 포수 뒤편 로얄석을 들어가는 입구를 통과할 때 멋진 야구장 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장에는 이 위치에서 복도로 나가는 문이 없다. 옛 구장들은 포수 뒤편에 기록석, 기자석 등으로 막혀있고 복도도 사이드에서 들어와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앙 복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고, 진짜 'FLEX'하는 느낌이 제대로 들었던 순간이었다. 가격은 110불 내외. 물론 지금은 이 가격으로 이 곳을 들어오는건 정말로 극소수의 경우에 한해서일 것 같다. 평일, 그리고 매치업상 흥행카드가 아닐 때를 노려보시라.
시티필드가 있는 곳은 퀸즈 지역이다. 주변에 아시아 타운 등이 있다고는 하나, 중국인들 위주의 동네라고 들었다. 어짜피 맨하튼이 숙소 잡기는 쉽지 않은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퀸즈도 선택지에 넣어도 괜찮다. 방문 당시에는 맨하튼에 도미토리서 묵었기 때문에 시티필드만 구경하고 곧바로 돌아갔지만, 퀸즈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 중 하나의 매력이 될 법 하다. 뉴욕은 지하철이 사실상 24시간이기 때문에 저녁에 메츠 경기를 보는 것에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