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행 시리즈
한국인이 익숙한 피츠버그 / 파이어리츠 ep.19
미국 중부와 동부 사이에 있는 도시 피츠버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는 과거 강정호 선수가 몸담고 뛰었고, 그 이후에도 최지만과 배지환 등 한국 선수들이 속해있기 때문이다. 다가온 2023 메이저리그에도 두 선수가 모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보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분명 한국인과는 매우 인연이 깊은 곳이다.
물론 그것과는 무관하게 여행 동선으로 피츠버그는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중부에 있는 도시들과 하나로 묶자니 다소 동쪽에 혼자 떨어져있고, 동부 도시들과 엮기에는 또 먼 거리에 위치했다. 당초에는 시카고를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등과 함께 피츠버그까지 다 가보고 싶었는데 렌트카가 아니라면 상당히 돌기 어려운 도시들임을 깨닫고 방법을 바꿨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워싱턴에서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피츠버그에 방문한 뒤, 암트랙을 타고 그 다음 동선을 뉴욕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워싱턴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꼬박 7시간을 가서 피츠버그에 도착했다. 피츠버그가 도시 크기가 크지 않아서 버스터미널부터 기차역, 야구장, 한국식당, 그리고 내 숙소까지 모두 도보권이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피츠버그에 머무르면서 한국 식당에 들렀었는데, 정확하게는 한국 식당이라기 보다는 한국과 일본 음식이 모두 있는 식당이었다. 된장찌개를 팔고 또 스시도 팔았다. 식당 내부에 박찬호, 최경주, 강정호 사인이 있는 것을 보면 주인이 한국인인 것은 확실했다. 프랜차이즈 한국식당이 아닌 곳에서 오랜만에 밥을 먹어서인지 정말 맛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한식파다. LA서도 뉴욕에서도 모자라 피츠버그에서까지 한국음식을 찾다니. 다른 나라 여행하면 중간중간 이런 한식도 못 먹을 까봐 미국이 좋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피츠버그에서 저녁 경기를 보는 것은 낮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6월 중순에 방문했으니 거의 하지에 가까운 시기였는데 정말로 해가 길었다. 7회가 지나고서 밤 9시가 되서야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낮 경기와 다를게 없었다. 피츠버그가 지리적 위치상 중부 시간대를 기준으로 받다보니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는 편이다. 아무튼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에게는 해가 매우 길게 느껴져서 좋았다. 딱 야구 끝날 때 즈음 보는 석양은 매우 눈을 호강시켜준 것이었으니.
PNC파크에서도 3층 자리에 앉았는데, 높은 자리여서 볼 수 있는 구장 뒷편 뷰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 곳 뿐 아니고 샌프란시스코나 보스턴, 워싱턴 등 모두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되게 멋있다. 1층에 앉으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을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첫 날은 1층에 앉아서 뷰가 그렇게 이쁜지도 몰랐다. 둘째 날 윗층에서 구경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구경거리를 놓칠 뻔 했다.
야구를 보며 같이 먹었던 '폭립'이 기억에 남는다. 진짜 말 그대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그 폭립이다. 나름 고급음식인데 PNC파크에선 시그니처 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볼티모어에서 먹었던 랍스타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간이 꽤 짭짤해서 다 못먹고 호텔에 가져와서 먹긴 했지만 인상적이었던 맛은 분명하다.
PNC 파크 내부에는 굿즈 샵이 되게 작은 편이었다. 샵이 있긴 있는데 티셔츠와 유니폼 등 의류 위주의 굿즈만 있었다. 일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굿즈의 범위는 절대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야구장에 오지 않을 때도 입을 수 있는 실용 의류 등도 당연히 좋고, 여러가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아이템들도 굿즈화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구장 내 샵의 규모에 대한 아쉬움은 구장 밖에서 풀어낼 수 있다. 피츠버그 구장 바깥에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굿즈샵들이 곳곳에 있는데 물건은 오히려 구장 공식 샵보다도 더 많았다. 옛날 선수들 유니폼을 비롯해 기념으로 삼을 만한 굿즈들이 여러 보였다. 피츠버그 굿즈가 필요하다면 굳이 구장 안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