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행 시리즈
금요일 평일경기 4만관중 왜? / 컵스 ep.20
스포츠 여행으로 시카고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 여름 시즌에 간다면 2개 구단의 야구 구단 경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 물론 겨울에도 마이클 조던의 성지인 시카고 불스 홈 경기를 볼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다. 실제로 시카고 도시 한복판에는 마이클 조던 동상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으니까. 시카고에 방문했을 당시는 4월 말 즈음이었다. 시카고 불스가 농구를 잘 했다면 플레이오프를 할 시기였다. 당연히 그 시기에 맞춰 갔다. 베스트 시나리오라면 MLB는 시즌 중, 그리고 NBA는 플레이오프를 모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불스가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며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시카고 MLB 구단은 컵스와 화이트삭스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곳은 시카고 컵스 홈 구장 리글리필드다. 화이트삭스 홈 구장인 게런티드 레이티드 필드는 다소 도시의 외곽에 있는 편인데, 리글리필드는 훨씬 중심에 있다. 시카고 안에서는 부촌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리글리필드 주변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모두가 여유있어 보였다. 결정적으로 돈이 많음은 야구 경기가 열리는 시각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되게 궁금한 사실이 있었다. 시카고 컵스는 MLB 구단들 중 유일하게 금요일에 낮경기를 치른다. 시간으로 따지면 오후 3시 20분에 야구가 시작한다. 일반적으로는 잘 상상하기 힘들다. 평일 오후 3시에 야구를 시작한다면 당연히 관중 입장이 제한될 것이고, 관중들이 많이 안 들어온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손해다.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원정을 떠나는 등 이동을 해야할 경우에는 평일에도 낮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금요일은 그렇지도 않다. 금요일~일요일은 모두 한 곳에서 치르기 때문이다.
이 궁금증은 금요일 낮 경기에 리글리필드를 도착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4만 2천명의 관중이 금요일 낮 경기에 찾았기 때문이다. 공휴일 아니었다. 그런데 리글리필드의 관중 대부분이 직장에서 은퇴했을 법한 중년층 이상 세대였다. 그들에게는 평일 저녁 경기나 주말 낮경기 대신, 금요일 낮 경기가 주된 직관 요일 및 시간이었다. 일종의 로컬 룰이랄까. 실제로 그 다음날 토요일 경기는 연령대부터 응원 문화와 분위기, 데시벨이 모두 달랐다. 역사와 전통이 진한 시카고 컵스인 만큼 중년층 이상의 팬들을 배려한 시간 조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결정을 한 자체가 되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결정에 보답한 4만 2천명의 금요일 낮경기 관중도 참 경이롭게 느껴졌고.
그런데 관광객 입장에서 시카고 컵스 홈 경기는 너무 가성비가 맞지 않았다. 첫째, 티켓 값이 비싼 편이었다. 보스턴도 그렇고 시카고도 그렇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야구장들은 시설이 좋은 편도 아닌데 티켓 값이 오히려 비싸다. 전광판과 타구장 경기 현황표 등 정말 100년 가까이 된 흔적들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는데 눈은 호강하지만 편리함을 느끼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조금 세련된 것이 편하긴 하다는 주의.
둘째, 먹을 것이 비싸다. 구장 밖에서도 식료품점을 들어갔을 때 엄청난 가격의 김밥과 초밥, 연어, 미닛메이드 주스를 보고 놀랐는데 구장 안도 마찬가지였다. '시카고에 도착했으면 시카고 피자를 먹어야지'라고 언젠가 들었던 것 같아서 정말 시카고 피자는 맛있을까 생각해서 구장 안을 찾았다. 구장 안에는 정말 시카고 피자를 조각으로 팔았다. 맛있었다. 좋다. 그런데 비싸다. 물론 치킨 가격도 비싸서 상대적으로 피자를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조각 피자 하나에 8~9달러는 서운한 가격이 맞다.
분명 리글리필드에서 금요일과 토요일 총 2경기를 봤는데 2경기 모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세인트루이스와의 맞대결이어서 라이벌전 느낌이 났던 것도 맞는데 특별히 더 중요한 매치는 아니었다. 컵스가 잘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공식 굿즈샵은 구장 바깥에 있는데 아마도 구단이 직접 산 건물이 아닐까 싶다. 이 곳에서 미디어 가이드북처럼 생긴 책과 선수 카드만 샀다. 다른 것들이 조금만 더 쌌어도 더 이것저것 챙겨봤을텐데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다.
리글리필드는 외야 펜스가 담쟁이 넝쿨로 되어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울타리가 아니다. 정말로 공이 담장에 맞는다는 표현이 이 곳에서는 숲속나무에 맞고 나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펜스가 낮은 편이고 외야석이 높게 있지 않다. 그래서 외야 관중석 뒷편에 있는 건물들 테라스 및 옥상에서 야구가 보인다. 실제로 홈플레이트 뒷편에 앉아 있었는데 저 멀리 펍의 테라스에서 야구를 보는 사람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