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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Mar 29. 2023

4월의 시카고는 추워요 ep.21


스포츠 여행 시리즈

4월의 시카고는 추워요 / 화이트삭스 ep.21


미국 여행은 분명 한 국가인데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엔 여러 계절의 날씨를 볼 수도 있다. 한겨울이었던 1월 말에 방문했을 때는 LA 날씨는 마치 가을날씨처럼 선선했고, 뉴욕은 서울보다도 훨씬 추웠다. 또 여름엔 사뭇 다르다. 여름의 LA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고 할 정도로 덥다. 그리고 4월의 시카고도 그랬다. 


4월 말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할 때만 하더라도 포근하고 선선한 봄 날씨였다. 금문교 앞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나 역시 금문교를 배경으로 두고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멋진 경험을 했으니 시카고 지역의 날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무슨. 시카고에 도착해서 맞은 첫 저녁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4월 말에서 5월 초로 넘어가는 시기에 기온이 겨우 영상을 웃돌 정도였고, 저녁에는 겨울 날씨처럼 추웠다.


실제로 메이저리그가 개막하고 4월 초순에 시카고 지역 홈 경기를 보면 날씨가 정말 추워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눈이 내리는 와중에 경기를 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니까. 그것을 간과했다. 얇은 바람막이 겸 후리스 정도가 몸을 보온시켜줄 전부였던 나는 그렇게 시카고 날씨를 직면하고 여러 내적갈등을 겪게 됐다.


시카고 여행 일정을 잡을 때 제일 먼저 고려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시카고 컵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 일정을 체크하는 것. 두 팀이 같은 연고에 있고, 지하철로 약 20~30분 거리만 이동하면 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보니 두 구단의 홈 경기가 같은 일정에 잘 열리지 않는다. 1년에 1~2번 정도만 겹칠까말까 정도. 그래서 그 겹치는 일정을 기어코 찾았고 그 때에 맞춰 갔다. 주말 경기라고 치면 낮에는 컵스 경기, 밤에는 화이트삭스 경기를 볼 수 있게끔 일정과 동선을 맞췄다. 


시카고 물가가 도심 쪽과 아닌 쪽의 폭이 좀 심했다. 시카고가 대도시기도 하고 이후에 갈 밀워키가 비관광지인걸 생각해 숙박비를 밀워키에 몰아주다보니, 시카고는 진짜 싼 에어비앤비에서 묵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였는데, 진짜 최소한의 기본 방만 있는 정도였다. 뭐 싸니까 어쩔 수 없었지만, 난방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이어폰을 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추웠다. 숙소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홈 구장에서 도보로 5분거리의 차이나타운 근처였는데, 동네 자체가 찐하게 로컬스러웠다. 화이트삭스 구장이 그 주변의 유일한 랜드마크 급이었는데, 당시 화이트삭스가 야구를 한창 못할 때고 하다보니 경기날도 주변의 분위기가 그렇게 시끌벅적하진 않았다.





현지 기준 목요일 저녁 경기였다. 영상 7도~10도 사이의 기온이었는데 3시간 내내 움직이고 있어도 추울 날씨인데 가만히 앉아서 보자니 너무 추운 날씨였다. 진짜 어지간하면 구단 점퍼라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열심히 치킨 먹으면서 야구를 봤다.


화이트삭스 홈 구장인 게런티드 레이티드 필드. 구장 자체는 웅장하고 크며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슬라이드부터 시작해 캐치볼 공간, 아이들용 배팅장 등 팬들을 위한 인프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구장 바깥에 별도로 마련된 굿즈 샵도 잘 되어 있었고, 여기도 야구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날씨가 문제일 것 같다. 4월의 시카고는 저녁 경기를 보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원래 일정상 목요일 저녁, 금요일 저녁, 토요일 낮 경기가 화이트삭스 경기였고 금요일 낮, 토요일 저녁이 컵스 경기였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 경기는 도저히 갈 엄두가 안났다. 날씨로 인한 노-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토요일 낮 경기로 방문했던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양말 더비'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일단 낮 경기다보니 순위와 상관없이 많은 홈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아서 경기장 바깥부터 나들이 느낌이 물씬 났다. 내가 원래 생각하던 그런 야구장 이미지 그대로였다. 저녁 경기는 음산 그 자체에 내야석도 사람들이 얼마 없었는데, 주말 낮 경기는 확실히 활기가 있었다.



시카고 컵스 경기장인 리글리 필드보다는 화이트삭스 경기 티켓이 더 저렴했다. 하지만 팬들이 많이 찾지 않은 것에 비례해 먹거리나 구장 내 서비스 등도 떨어졌다. 야구장 안에 먹을 것이 티켓 값에 대비해 시카고는 비싼 편이었고, 화이트삭스 경기장 안에서는 다른 구장처럼 핫도그를 팔기 보다는 치킨류를 많이 팔았는데 냉동 너겟같은 것이어서 한 번 먹고 더 이상 손이 잘 안갔다. 구장 근처에 갈만한 혼밥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숙소로 정한 차이나타운 인근도 치안이 안 좋은 편이라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구장 안에서 열심히 밥을 먹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시카고는 미국의 제 2도시라고 불리지만, 의외로 한인민박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에어비앤비 아니면 호텔 중에서 골라야할 텐데, 도심 번화가 쪽은 부촌이라 그런지 숙소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이 점을 잘 참고해서 시카고 여행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5월에 가도 추우니 한여름이 아닌 이상 그럴듯한 외투는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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