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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Feb 20. 2022

'세계랭킹 3위' 이 종목, 이 순간을 박제합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개를 포함해 다수의 빙상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늘 있던 패턴이다.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무난하게' 메달을 더 땄을 것은 확실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의 '날카로운 예측'과 맞게 한국은 금메달 2개를 따며 조금은 아쉬운 순간이 많았던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 했다.


개인적으로 응원했던 종목이 하나 있었다. 4년 전 평창에서 직접 관람을 하며 짜릿한 순간을 즐겼던 여자 컬링. 평창올림픽 때 대비해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가능성을 훨씬 낮게 봤지만, 그럼에도 예선 마지막 까지 일말의 희망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물론 우리에게 진 일본과 영국이 결승에서 맞붙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는 그 분함을 참긴 어려웠지만.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은 이유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종 8위의 성적을 거두며 세계랭킹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감지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컬링 세계랭킹은 무려 3위다. 아니, 한국은 평창올림픽 이후로 약 1~2년간 세계랭킹 2위 자리에서 내려오지도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진 뒤로 많은 대회들이 열리지 않으면서 그 덕을 본 점도 있었다.



한국의 컬링 전성기는 정확히 말하면 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팀 킴'과 춘천시청 김민지 스킵이 이끄는 '팀 민지'의 합작품이다. 모두가 아는 컬링연맹 내부의 비리와 좋지 못한 사건 등으로 인해 '팀 킴'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됐고, 이 기간 동안 성장해서 국가대표를 이끌었던 팀이 당시 주니어 국가대표였던 '팀 민지'다. 


ㅣ한국 컬링 최전성기 시절ㅣ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선수권 - 팀 김은정 / 1위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 팀 김은정 / 2위

2018년 5월 세계선수권 - 팀 김은정 / 5위


2018~2019 국가대표 선발전 - 팀 김민지 선발

2018년 11월 아시아태평양선수권 - 팀 김민지 / 1위

2018년 12월 컬링월드컵 2차 - 팀 김민지 2위

2019년 2월 컬링월드컵 3차 - 팀 김민지 1위

2019년 2월 세계주니어선수권 - 팀 김민지 5위

2019년 3월 동계유니버시아드 - 팀 김민지 2위

2019년 3월 세계선수권 - 팀 김민지 3위

*2020년 2월 세계주니어선수권 - 팀 김민지 2위

*는 성인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주니어국가대표 유지에 따른 출전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국제대회가 취소되었다보니 이번 올림픽이 어떻게 보면 전 세계 국가의 메이저 대표팀이 다 붙는 오랜만의 대회였다. 한국은 '팀 킴'이 국가대표에 복귀에는 성공했지만 올림픽 본선 티켓을 쉽게 따내지 못하며 어려운 과정이 반복됐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10번째 티켓을 간신히 따내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었다.


아쉽다. 

'팀 킴'의 측면으로 보자면 평창 올림픽 때와 지금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컬링에 집중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길었고, 그 사이에 김은정 스킵의 결혼 소식도 있었기에 실전을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사이에 메이저급이라고 평가받는 다른 국가의 팀들은 더욱 성장했다. 특히 우리와 평창올림픽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스웨덴의 '팀 하셀보리'는 명실상부한 전세계 여자컬링 탑으로 우뚝섰다. 세계랭킹 1위와 2위의 차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팀 킴'의 부재가 있던 시간 동안의 새로운 팀들이 국내 선발전을 2년 이상 장악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춘천시청 김민지 스킵이 이끄는 '팀 민지'와 경기도청 김은지 스킵이 이끄는 '팀 은지'는 각각 1년씩 국가대표를 맡았지만 1년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팀 킴'을 포함한 세 팀이 물고 물리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들을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상황이 되버렸다.



만약 2019년 주니어대표와 성인대표를 모두 출전했던 '팀 민지'가 조금 더 국가대표를 오래 했다면 어떤 성장을 이뤄냈을까도 궁금하다. 엄청난 강행군을 하는 와중에도 스웨덴의 '팀 하셀보리'와 스위스의 '팀 티린초니'를 연거푸 격파하며 우승을 했던 대회도 있었다. '팀 킴'과는 다르게 수비형 컬링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경기 안에서의 기복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도 더 많은 실전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많은 대회가 열릴 것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발되지 못해도 일부 국제대회를 출전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경쟁하는 3~4개의 팀들이 국제대회도 많이 나가면서 자연스레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평창올림픽 이후 전 세계 여자컬링은 모두 상향평준화 됐다. 더 이상 한국의 '짠물 컬링'은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볼 수 없다. 이미 일본은 그 수준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있고, 스웨덴과 스위스는 기본적인 수비 전술을 뛰어넘어 계속해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하고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


컬링은 선수들의 수명이 매우 긴 종목이다. 우리와 베이징올림픽 첫 상대로 붙었던 캐나다의 스킵 제니퍼 존스는 40대 후반의 노장 선수다. 그랜드슬램을 15회나 들어올렸을 정도로 전성기의 기량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 어린 편에 속하다. 하지만 스웨덴, 일본과 같이 우리와 동시대 전성기를 만들어나간 팀들과의 경쟁은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동계올림픽에서 긴 경기시간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종목이고, 몸싸움이 치열하지도 않은 두뇌형 게임이다보니 한국인에게 더 맞는 종목 아닌가.


인프라도 부족하고 갖춰야할 과제가 너무 많은 종목이란 것 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랭킹에서 탑을 다퉜고, 지금까지도 탑3에 있을만큼 강국이었다. 언제 다시 이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음 올림픽을 앞두고는 평창올림픽 직전과 같이 내 스스로 당당하게 예상하고 싶다.


"이번에 메달 땁니다. 두고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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