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의 타로를 봐주는 방송들을 우연히 봤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이야기가 '남의 운명'이야기라고 했던가. 뭔가 내 친구 사주보는 장면을 훔쳐보듯 보게 되곤 했다. 그리고 '타로는 재미로 보는거에요'라는 일반적인 시각이 어느정도 자리잡고 있어 거부감이 들곤 하지도 않았다.
타로가 실제로 들어맞는 것 여부, 상업적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별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과거 점집이나 기운이 좋은 절에가야만 알 것 같은 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편리하게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생각했다.
*직접 구매한 나의 첫 타로카드
내 과거 은사님 중 지금까지도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문장이 있다.
"지하철에서 게임만 하는 콘텐츠 소비자만 되지 말고, 그 콘텐츠를 만들어볼 생각을 해라"
이 말을 항상 머릿 속에 넣고 다녀서일까. 타로 콘텐츠를 접하면 접할 수록 내가 타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꼭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칭을 해보니 인터넷강의도 있었다. 물론 가격은 좀 있었고, 수업을 다 들은 뒤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그러던 1월의 어느 날, 내 인생의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광고 배너를 클릭한 일이 있었다. 자격증을 무료로 취득할 방법을 소개한 광고였다. 들어가보니, 여러 자격증 중 타로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고, '무지성'으로 장바구니에 넣어놨다. 그렇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타로와 인연이 닿았다.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에 비해 타로 자격증을 취득한 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민간자격증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더라. 하지만 국가공인 자격증이 별도로 없는 이상, 자격증을 목표의 수단으로 삼을 별다른 방법은 없다. 인터넷 강의를 다 들은 뒤 쉽게 시험에 통과했고, 약 2주 뒤 자격증도 받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 타로 카드의 각각의 특성이야 공부하듯 익히고 배우면 되지만, 목적과 유형별로 달라질 수 있는 해석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한다는 점.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당연한 소리의 필요성을 이해하면 타로 카드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올라간다. 카드는 죄가 없다. 타로 점이 틀리다면 그것을 봐준 사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라는 뜻이다.
내 타로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카드의 모양이 직관적으로 보일지라도 스토리를 짓다보면 해석의 방향이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타로에서도 나눠주는 각각의 유형별로 한 스텝씩 나아갈 생각이다. 당장 내 친구를 앉혀두고 가장 궁금한게 뭐야? 라고 물으면 '돈', 아니면 '연애' 아니겠는가. 그것부터 공부하고자 한다.
카드를 구매해서 배워보고 있다고 하면 주변의 반응은 생각보다 놀라워한다. 놀라움을 뭔가 채워줘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대학생 때 약 4년동안 수험생들을 '멘토'로서 공부방향, 공부법 등을 컨설팅해준 경력이 있다. 그들에게 내가 했던 공부법을 알려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의 스토리에 귀를 기울이고 솔루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아나운서 도전을 반쯤 집어 던진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면 '말하는 행위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재밌겠다. 배운 걸 꾸준히 안까먹고 가져가고 싶다. 타로가 인생의 다른 키워드들과 어떻게 엮이게 될 지도 궁금하다.